이런 인식을 가진 사람이 장 할머니만은 아닌 듯하다. 실제로 세금과 관련된 국민들의 인식은 시간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실시한 국민 납세인식 조사에서 ‘세금을 가능한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는 응답은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24.6%였지만 2015년에는 42.7%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빼앗기는 기분이 들어 내고 싶지 않다’는 의견도 6.2%에서 10.2%로 늘었다. 반면 부정직한 세금 납부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의견은 19.2%에서 28.1%로 급등했다. 또 ‘경제적 능력이 높은 사람들이 더 많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긍정 답변이 17.6%에 그친 반면 부정적 응답은 82.1%나 됐다. 결론적으로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 징수와 탈세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안 되니 자신도 세금을 내기 싫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세금에 대한 인식이 이토록 부정적이다 보니 현금 매출 신고액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세청에 따르면 현금영수증 가맹점 수는 270만곳에서 290만곳으로 20만개 늘어났지만 발급 건수는 52억2,000만건에서 50억4,000만건으로 3.5%(1억8,000만건)가량 줄었다. 특히 5만원 미만 현금영수증 발급 건수는 2013년 49억6,800만건에서 2015년 47억5,800만건으로 2억1,000만건가량 줄었다.
전문가들은 영세 자영업자의 탈세를 줄이려면 제도 개선 외에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명호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국민들의 자발적인 납세 순응도가 악화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지적하며 “과세망을 더욱 촘촘하게 구축해 비자발적 납세 순응을 강제함과 동시에 납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탐사기획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