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방송되는 MBC ‘휴먼다큐 사랑’에서는 ‘성준이와 산소통’ 편이 전파를 탄다.
14살, 학교에 다니며 친구들과 한참 뛰어놀 나이지만 성준이는 그렇지 못하다. 성준이는 산소통 없이 스스로 숨을 쉴 수 없다. 산소를 공급하는 호스를 하루 종일 코에 꽂은 채로 집안에서 생활한다. 호스의 길이만큼이 성준이가 생활할 수 있는 반경. 산소통이 연결된 호스의 끝에 성준이가 있다.
▲ 원인도, 치료방법도 알 수 없는 질병
돌이 갓 지난 성준이는 감기와 구토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갑자기 호흡곤란이 와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었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원인도 모르고 치료 방법도 없었다. 심장이 멈춘 그날, 성준이는 심폐소생술 끝에 겨우 살아났지만 그 때부터 엄마는 아무 데도 갈 수가 없었다.
중환자실 복도에서 먹고 자며,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고 기도했다. 엄마의 기도가 간절했던 걸까. 11개월간의 병원 생활 끝에 성준이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성준이는 그 때부터 산소통 없이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 내가, 내 손으로, 내 아이를...
엄마는 뉴스를 보고서야 10년 넘게 성준이를 아프게 한 것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깨끗한 공기를 주고 싶은 마음에 산 가습기 살균제였는데. 내가 내 손으로 내 아이를 아프게 했다니. 엄마는 한동안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려야만 했다. 아무에게도 얘기할 수조차 없었다.
하지만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기업과 정부 모두 책임 지려하지 않는 모습에 분노했다. 엄마는 성준이를 데리고 거리로 뛰쳐나갔다.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을 대신해 이 사건의 참혹함을 알리고 싶었다.
▲ 제발 이대로 살아다오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면 울리는 알람 소리가 들리면 엄마는 일어나 성준이의 콧줄을 제대로 끼워줘야 한다. 하룻밤에도 몇 번씩 울리는 알람 소리에 잠을 설치며 10년이 넘게 살아온 엄마. 폐기능이 30%로 떨어져 폐 이식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요즘 부쩍 근심이 늘었다.
사춘기가 되어 코밑이 거뭇거뭇 해지고 슬쩍 반항기가 늘어가는 아들이 흐뭇하기만 한 엄마. 성준이 숨소리에만 귀 기울이며 살았던 시간들이 더 길어져도 괜찮다. 지금처럼만 살아준다면.
“성준이가 아팠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으니까 또 한 번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랄 뿐이에요.“
- 성준이 엄마 인터뷰 中
[사진=MBC ‘휴먼다큐 사랑’ 예고영상캡처]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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