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임페리얼 펠리스 호텔에서 코바야시 카오루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1980년 데뷔해 일본 아카데미 수상 경력까지 가지고 있는 베테랑 배우 코바야시 카오루는 영화 ‘도쿄타워’(2007) ‘비밀’(1999)등으로 일본의 ‘국민 배우’로 불리는 그이지만, 국내 팬들에게는 ‘심야식당’의 마스터로 더 익숙한 배우이다.
‘심야식당’ 시리즈의 원작인 만화 [심야식당]은 일본에서만 누적판매 240만 부를 기록한 아시아 최고의 베스트셀러이다. 인기 만화 [심야식당]은 2009년 TBS 드라마로 제작되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심야식당’의 작가인 아베 야로는 공감가는 스토리와 소재의 참신함을 인정받아 2010년 제55회 쇼가쿠칸 만화상 일반부문과 제39회 일본만화가협회대상을 수상했다.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 뮤지컬,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 꾸준한 사랑 뒤에는 ‘상처 받는 사람들을 치유하는 이야기와 포근한 음식’ 그리고 ‘마스터’ 그 자체인 배우 코바야시 카오루가 있었다.
‘마스터’는 도시 뒷골목에 고즈넉이 위치한 심야식당의 주인이자 상징과도 같은 인물. 아무도 그의 과거를 모르지만 심야식당을 찾는 모든 사람들은 그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는다.
“‘심야식당’이란 작품에 진짜 호의를 표현을 해주시는 분을 보며 반갑고 놀라울 따름입니다. 한국 인터넷 문화가 대단하다는 걸 느꼈어요. 일본에서 방송 된 뒤 바로 유튜브에 한국어로 돼 뜨더라. 사람들이 달려들 듯 반갑게 반응하는 게 놀라웠다, 한국뿐 아니라 대만, 중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봐주셨다. 이런 분위기가 있어서 ‘심야식당2’도 만들자고 의견이 나왔다고 봅니다.“
9년째 변함없이 마스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코바야시 카오루 ‘심야식당’의 주인인 마스터는 특별한 대사나 액션이 없다. 손님들이 자연스럽게 찾고 싶어지는 식당의 주인장이다. 마스터의 얼굴에는 긴 칼자국 흉터가 있다. 이에 대해 카오루는 “얼굴에 그 정도의 상처가 있는 사람을 마주칠 때 과거가 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질 것이다. 인물의 정보가 많이 보이지 않는 쪽이 내용이 깊어질 것이다” 며 “캐릭터의 사연을 덮어 놓으면 이야기의 맛이 깊어진다”고 전했다.
마스터의 이력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점은 배우에게 더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9년간 한 캐릭터로 살아온 코바야시 카오루는 “원작에 마스터의 외모에 대한 묘사는 있지만 그 외에 대해서는 설명해주는 게 없어서 마스터를 표현할 수 있는 폭이 넓다”고 말했다.
“마스터란 인물의 매력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배우로선 인물을 표현할 수 없는 폭이 자유로운 정도라고 할까요. 인물의 매력 보다는 ‘심야식당’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라는 설정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가게가 이동하는 것도 아니고 한 자리에 그대로 있어요. 이 곳으로 밤이면 밤마다 손님이 찾아와요. 각각의 드라마를 짊어지고 사람들이 찾아오면 그 사람에 맞춰서 요리 하나씩이 정해지는 이야기인데, 이런 설정 자체가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요. 요리가 그때마다 바뀌고, 사람이 바뀌니 지루할 틈이 없이 매력을 풍기는 것 같습니다.”
코바야시 카오루는 작품 속 마스터와 달리 요리 실력이 뛰어나진 않다고 한다. 독신이었을 땐 통조림 반찬을 즐겨먹었고,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는 간편한 음식을 찾았다고 한다. 이후 결혼을 하고 아내의 요리 작업을 옆에서 도와주려고 시도를 하긴 했지만 일련의 요리 과정이 너무 어렵기만 했다고 한다. 그런 그도 ‘달걀말이’는 직접 집에서 시도를 해봤다고 한다. 요리 선생님의 설명대로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명란 젓이 등 추가로 첨가해야 하는 분량을 맞추기 힘들어 했던 기억이 있을 정도.
그런 그에게 국내에서 ‘심야식당’을 모티브로 한 ‘먹방’ TV 프로그램이 방영되기도 하고 ‘심야식당’ 컨셉의 식당, 주점들이 들어서며 국내에서도 이미 친근한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전하자, 놀라움을 표했다. “전혀 먹방을 모른다. 남이 먹는 걸 보는 게 뭐가 재밌나”라고 반문하고 눈동자를 키웠다. 이어 “사람마다 미각이 다른데 ‘맛있다’고 표현하는 걸 (시청자들이) 어떻게 전달 받을 수 있나?”고 되물었다.
코바야시 카오루는 ‘먹방’ 보다는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음에 동의했다. “오사카 지방의 케이블 채널에서 보여주는 방송인데, 예능이 아닌 요리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방송이다. ‘스지’라는 요리 학원에서 하는 방송인데 특별한 재미가 있다기 보다는 계속 보게 되더라. 처음에 있었던 재료가 요리가 되면서 변해지는 과정이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심야식당’은 사연 많은 손님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안고 부담 없이 찾아오게 만드는 장소다. 그 누구도 “왜 그랬어?” “얼른 훌훌 털고 일어놔”란 충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말 없이 들어주는 주인장이 있을 뿐이다.
다른 누군가에게 마스터의 ‘심야식당’이 위로의 공간이라면, 실제 마스터 코바야시 카오루에게 위로의 공간은 어디일까.
“다른 어떤 가게나 장소보다는 편안하고 위로를 주는 공간은 ‘집’ 같아요. 가령 식탁 앞이라든지, 제 자리가 대충은 정해져 있거든요. 늘 앉는 위치에서 편하게 한잔 한다거나 그럴 때 위로가 됩니다.”
‘심야식당’을 9년간 함께 하며 그는 늘 “끝이 올 거라는 건 생각하고 있다” 고 했다. “영원히 지속되는 건 없다”는 인생의 법칙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마스터의 한마디는 큰 울림이 있었다.
“이 자리에 프로듀서분이 계시긴 하지만 매번 ‘이게 마지막일거다’ 는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어요. 프로듀서분이든 감독이든 이번 작품이 끝나면 내년 내후년 경에 속편을 할테니 잘 부탁드립니다 란 식의 뉘앙스를 한번도 풍기지 않았어요. 매번 그 때가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작업을 했어요. 영원히 계속되는 게 없지 않습니까. ‘심야식당’도 자연스럽게 끝날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이 오면 ‘종료’ 즉 끝나는 거라 생각합니다.”
한편, ‘심야식당2’는 마스터와 손님들이 만들어 나가는 정겨운 조화와 사람 냄새가 가득한 아날로그 영화다. 이번 시즌엔 , 불고기 정식, 볶음 우동과 메밀 국수,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돈지루) 등의 음식과 함께 인물들의 에피소드가 담겨있다. 오는 6월 8일 개봉 예정이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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