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가 필리핀 마닐라와 영국 런던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잇따른 테러에 대해 자신들의 공적을 거듭 강조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IS는 공식 선전매체 알바얀 라디오를 통해 런던브리지 공격이 IS의 군사작전으로 수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자생적 테러세력인 ‘외로운 늑대’가 독자적으로 저지른 테러가 아니라 IS와 사전에 작전수행에 대한 교감을 했고 지휘체계에 따라 저지른 테러라는 주장이다. IS는 앞서 선전매체 아마크통신에 런던브리지 테러의 배후를 주장하면서도 “IS가 파견한 대원들이 공격을 수행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영국 테러당국은 최근 영국에서 벌어진 일련의 공격이 해외 조직의 지시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크레시다 딕 런던경찰청장은 이날 BBC와 한 인터뷰에서 “국외에서 지시된 뭔가가 있는지를 살피겠지만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협의 다수는 국외에서 지시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IS의 공적 자랑은 이뿐만이 아니다. IS는 지난 2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카지노 호텔에서 총격·방화를 해 37명이 숨진 사건에 대해서도 공격 배후를 자처했다. IS는 이날 공식 선전매체 아마크에 ‘IS 군사(대원)가 마닐라에 있는 카지노를 공격해 약 100명을 죽거나 다치게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폐쇄회로(CC)TV에 저장된 영상에서 범인이 사람에게 총을 겨누지 않은 점을 들어 테러로 볼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범인은 사람들을 해치지 않고 카지노 테이블에 불을 지른 뒤 카지노 칩이 저장된 방으로 들어가 1억1,300만 페소(약 26억원)어치의 칩을 훔쳤다.
이에 대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3일 “카지노 총격은 IS의 소행이 아니다”라며 “IS의 공격은 훨씬 더 잔인하고, 악랄하다. 그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인다. 그래서 오늘날 전 세계가 함께 뭉쳐 테러리즘 악당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지노 총격 범인이 수십억원대의 카지노 칩을 훔친 것을 언급하며 “쓰지도 못할 플라스틱을 왜 훔치겠는가? 그 녀석은 그냥 미쳤다”고 강조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