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금식성월인 라마단을 피로 물들이던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총구가 이번에는 이슬람 시아파 맹주인 이란의 심장부를 향했다. 7일(현지시간) IS가 시아파의 정치·종교를 상징하는 성지에서 테러를 자행하면서 중동 정세를 뒤흔들고 있는 이슬람 종파 갈등과 분열상에 기름을 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이란 국영방송 등에 따르면 이란의 수도 테헤란 도심 의회의사당에 오전10시30분께 무장 괴한 일당이 침입해 총기를 난사하고 2시간 이상 인질극을 벌였다. 약 30분 뒤에는 의회에서 25㎞가량 떨어진 테헤란 외곽의 이맘 호메이니 영묘에도 무장괴한 4명이 급습해 총격전을 벌이고 폭탄 조끼를 터뜨렸다.
현지 공영방송인 IRIB에 따르면 당국이 파악한 사망자 수는 최소 12명이며 부상자도 40여명에 이른다. 아울러 이란 정보 당국은 세 번째 공격을 준비하던 팀이 존재했으나 사전에 저지됐다고 덧붙였다.
정교한 무기가 사용된 점 등에 미루어 조직적 테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가운데 IS는 이번 공격의 배후가 자신들이라고 자처했다. IS를 대변하는 아마크통신은 “IS 전사들이 이맘 호메이니 영묘와 테헤란의 이란 의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연쇄 테러는 IS가 이란에서 저지른 첫 사례가 된다.
IS는 올해 3월 인터넷을 통해 ‘시아파 맹주’인 이란을 정복하겠다는 내용의 이란어로 된 선전물을 유포하는 등 시아파를 이교도로 지목하고 ‘종파 청소’를 선동해왔다.
강력한 통제 사회로 비교적 치안이 좋은 이란에서 정치·종교적 성지인 두 곳이 연쇄 공격을 당하자 이란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이란은 지난 2010년 39명의 사망자를 낸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발생 이후로는 이렇다 할 대형 테러 공격에 노출된 적이 없다.
특히 이번에 타깃이 된 이맘 호메이니 영묘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의 지도자이자 ‘국부’로 칭송받는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묘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등 고위 인사들이 종교 기념일에 참배하는 상징적인 장소라는 점에서 이란 사회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이란 내무부는 비상 대책회의를 긴급 소집했으며 테헤란 경찰은 즉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한편 수니파 계열의 무장단체 IS가 이란의 심장부에 직접 총구를 겨누면서 가뜩이나 꼬인 중동 정세의 실타래는 한층 더 풀기 어렵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후원하는 배후로 지목한 이란이 테러의 대상이 되면서 카타르 연쇄 단교 사태로 표출된 중동 분열도 새로운 양상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지난달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드라이브가 걸린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친서방·개혁정책도 강력한 사회통제가 필요하다는 종교적 강경론자들의 공격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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