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쉬운 걸 왜 진작 못했는지 모르겠다’던 김지현(26·한화)의 첫 승 소감은 ‘넘치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었던 듯싶다. 지난 4월 통산 125번째 출전 만에 마수걸이 우승을 차지했던 그가 두 번째 정상 고지를 밟기까지는 6개 대회면 족했다.
데뷔 7년째에 ‘우승 공식’을 터득한 김지현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OIL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에서 시즌 두 번째 축배를 들었다. 김지현은 11일 제주 엘리시안CC 파인·레이크코스(파72·6,527야드)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쓸어 담아 7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5언더파 201타로 이정은(21·토니모리)과 동타를 기록한 그는 5번째 연장전에서 파를 지켜 이 대회 전통에 따라 우승컵과 함께 주어지는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4월 말 KG·이데일리 레이디스오픈에서 감격의 생애 첫 우승을 거둔 이후 42일 만의 영광 재연이었다. 당시 최종일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10m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우승을 결정지은 뒤 눈물을 쏟았던 그는 이번엔 짜릿한 역전 연장승으로 장식했다. 김해림(28·롯데)에 이어 이번 시즌 두 번째 2승자로 탄생한 김지현은 박성현이 미국 무대로 떠난 뒤 치열하게 진행 중인 ‘상금 퀸’ 경쟁에서 강력한 주자로 자리매김을 하게 됐다. 1억4,000만원의 상금을 보탠 그는 시즌상금 3억3,001만원을 쌓아 김해림(3억8,718만원), 2위 이정은(3억6,313만원)에 이어 근소한 차의 3위로 점프했다.
이날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 퍼트의 3박자가 딱딱 맞아떨어지면서 김지현은 완벽에 가까운 경기를 펼쳤다. 4개의 파5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아냈다는 점이 이를 보여준다. 공동 선두 이정은과 최가람(25)에 2타 뒤진 단독 5위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김지현은 1번(파4)과 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1타 차로 따라붙었다. 9번홀(파5) 버디로 공동 선두가 된 그는 10번(파5)과 11번홀(파4)까지 3연속 버디를 엮어내 단독 선두에 나섰다. 최가람이 공동 선두로 따라붙자 다시 14번(파4)과 15번홀(파5) 2연속 버디로 달아났다.
우승은 쉽지 않았다. 이정은의 뒷심에 끝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었다. 하지만 우승 문턱에서 조바심을 내며 물러나던 과거의 김지현이 아니었다. ‘우승 유경험자’ 김지현은 1타 차로 쫓긴 17번홀(파4)에서 1m 남짓한 피 말리는 파 퍼트를 침착하게 홀에 집어넣었다. 이정은이 어려운 18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연장전에 끌려갔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팽팽한 연장 승부를 이어가던 김지현은 연장 4차전에서 이정은이 2m 가량의 버디 기회를 놓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결정적인 고비를 넘긴 김지현은 이어진 다섯 번째 연장전에서 곧바로 반격에 성공했다. 두 번째 샷을 홀 3m 옆에 붙인 그는 버디 퍼트를 놓쳤지만 이정은이 먼 거리에서 3퍼트로 파 세이브에 실패하면서 활짝 웃을 수 있었다. 김지현은 경기 후 “우승 경험이 없었다면 중압감이 훨씬 컸을 것”이라면서 “첫 승 후 세운 다승 목표를 이뤘으니 대회마다 톱10을 목표로 노력하면 다시 좋은 결과가 따를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인왕 이정은은 아쉽게 시즌 두 번째 우승을 놓쳤지만 상금 2위, 대상포인트와 평균타수 1위 등으로 ‘슈퍼 2년차’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에 이어 제주에서 2연승을 노린 또 다른 김지현(26·롯데)은 단독 3위(13언더파)로 상승세를 이었고 첫날 10언더파를 몰아쳤던 최가람은 4위(12언더파)로 마쳐 126번째 출전만의 생애 첫 우승 꿈이 무산됐다.
/제주=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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