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공약 이행에 소요되는 재원(5년간 178조원)을 확보하기 위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증세를 해도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국한된 것이기 때문에 중산층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증세보다 더 시급한 것은 과세를 해놓고도 각종 소송에서 패소해 소리 없이 사라지는 세금을 관리하는 게 더 급선무다.
1,000억원 이상 되는 고액의 세금을 과세한 사건은 국가가 시작부터 끝까지 특별하게 관리를 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과세당국은 고액세금을 과세할 때는 요란하게 치적을 홍보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흐지부지돼서 공치사로 끝나버린 사건들이 꽤 있다. 금괴를 이용해 조원 단위의 세금을 환급받았다는 금지금 사건과 ‘구리왕’ ‘완구왕’ ‘선박왕’, 론스타 사건 등 수천억원대 과세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론스타는 현재 5조원이 넘는 금액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는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하고 있다. OCI 같은 사건도 그 금액이 지방세까지 포함해서 6,000억원이 넘는데도 과세당국이 1, 2심 모두 져버려 과세를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세저항을 받아가면서 조 단위의 증세를 해봐도 이런 식으로 조 단위의 세금이 소리 소문 없이 새나간다면 앞으로도 계속 재원이 부족할 것이다. 과세할 때는 분명 문제가 있어 고액의 세금을 과세했는데도 처분유지를 못했다면 그 이유를 분석해봐야 한다. 규정이 잘못됐으면 한시바삐 규정을 보완해야 하고 규정은 문제없는데 납세자가 이를 악용했다면 더 엄격하게 대응을 해야 하고 공무원이 잘못했다면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 1,000억원 이상의 고액사건들만이라도 별도로 관리하는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고액사건일수록 패소율이 높은 이유와 세금 감면규정을 악용해서 고액의 세금을 탈루하고 이를 도와주는 적폐세력들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 고소득자나 대기업에 증세해도 그들이 세금감면규정을 악용해버리면 결국 증세부담은 서민이나 중산층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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