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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액션의 신기원 연 ‘악녀 깐느 정’ “살기 위해 영화를 찍는다”

정병길 감독의 머릿속에는 ‘악녀’보다 어마어마한 액션이 숨어있다

“감독님의 머리 속에는 더 어마무시한 게 많다. 이번 영화 속 많은 장면들도 실제로는 많이 축소하고 현실과 타협해서 촬영 되었다.”-배우 김옥빈

‘악녀’의 주연배우 김옥빈은 정병길 감독의 머릿 속에는 기발한 액션들이 무궁무진하게 숨겨져있다고 했다. 시선이 빼앗길 수 밖에 없는 강렬한 액션 시퀀스를 선 보여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월드 프리미어에서 5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은 정병길 감독을 만났다. 여배우 액션 영화의 신기원을 연 정감독은 지금보다 더 새롭고 기발한 액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었다.

정병길 감독 /조은정 기자




8일 개봉한 ‘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김옥빈 분)가 그녀를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강렬한 액션 영화. ‘악녀’는 전세계 136개국 선판매 달성과 해외 배급사의 리메이크 요청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린 액션배우다’, ‘내가 살인범이다’에 이르기까지 액션 장르에 일가견이 있는 정병길 감독은 이번에도 유례없는 액션 신들을 선 보인다. 마치 혼자서 수십 명의 적을 소탕하는 FPS슈팅게임의 한 장면처럼 연출한 오프닝 시퀀스가 압권이다. 1인칭 시점샷으로 보이는 액션으로 기선을 제압한 뒤 카메라가 360도 회전하며 최정예 킬러 ‘숙희’가 등장한다. 액션 영화에 살고 액션 영화에 죽는 그 답게 “영화 작업을 하는 게 축구 하는 것보다 재미있다. 난 스크린에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는 답을 들려준다.

“액션 영화는 찍을 때 주는 쾌감이 있어요. 어렸을 적 꿈꿔왔던 화가를 포기하고 영화감독의 삶을 선택했어요. 사실 그림을 포기할 때 슬펐는데, 액션이라는 장르는 나에게 그림을 그리면서 느꼈던 새로움, 그 이상의 쾌감을 느끼게 해줘요. 액션 시퀀스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 역시 새로운 창작이거든요. 그래서 내 꿈을 포기했다는 기분이 아니라 또 다른 곳에서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악녀’는 정병길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에 그와 서울액션스쿨 동기생인 권귀덕· 송민석 무술감독의 액션 그리고 박정훈 촬영감독의 시선을 더해 이전에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액션을 창조해냈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좁은 버스 안에서 숙희가 칼과 도끼를 이용해 군더더기 없이 적들의 숨통을 끊어나가는 장면도 빼어나지만, 정 감독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장면은 후반 오토바이 추격신이다. 오토바이를 타고 도심 한복판을 질주하면서 칼을 휘둘러 상대를 제압하는 액션은 지금껏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액션의 신기원이다.

“오토바이 칼 싸움 신은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서 하지 않은 액션을 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자부심이 있어요. 액션에 일가견이 있는 선수들이 봤을 때도 궁금증이 생기는 장면이거든요. 사실 그 장면에 대한 계산이 서지 않는 분들이 많을 듯 해 이 장면은 자신 있습니다. 물론 종합적으로 보면 버스 장면이 종합 점수는 놓을 듯 해요.”

칸 국제영화제 현장에서 외신들은 동양에 대한 판타지를 넘어선 강렬한 여성 파워를 지닌 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에 신기해 했다고 한다. 특히 “그 어떤 나라에서도 보지 못한 액션이다. 익히 알고 있는 한국 영화 같지 않다.”는 평이 정 감독을 기분 좋게 했다. 게다가 외신 기자들 역시 한국 영화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여배우 영화가 없는 것은 물론 여배우 액션 영화는 더더욱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더라. 무모한 도전이 잘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주더라. ”

청개구리 기질이 다분한 정병길 감독은 여성 원톱 영화 ‘악녀’를 만들기 위해 도전의식을 불태웠다고 한다. ‘어렸을 때 헐리우드 영화, 홍콩 영화 등을 보면 여자 원톱 액션 영화가 많았는데 왜 한국에선 이 같은 영화가 부재할까’ 란 생각이 들었던 것.

정병길 감독


정병길 감독


“남들이 안 된다고 하면 더 만들고 싶더라.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제목과는 달리 반어법적 의미가 담긴 영화이다. 이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 슬픈 여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실제론 착하고 소박한 캐릭터가 무자비한 킬러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죄를 짓고 사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그들이 그렇게 되는 과정이 궁금하더라.”

‘악녀’의 주인공 숙희의 오프닝과 엔딩의 얼굴은 확연히 다르다. 피가 난자한 장면들이 연달아 나온 뒤, 숙희에게선 사랑의 따뜻한 온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렇게 그녀는 악녀로 새롭게 태어난다. 그렇다면 감독은 ‘악녀’ 2탄에 대해서도 구상하고 있을까.



“엔딩이 시즌 2가 나올 것 같은 엔딩이다는 말도 들었어요. 악녀 속편을 만들면 중상(신하균 분)을 위주로 만들어볼까 생각 중입니다. 이번엔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인물로 나오거든요. 중상이 정말 숙희를 사랑한건지 물음표를 남기고 있어요. 이 남자의 속마음은 과연 뭐였을까. 과거로 돌아가서 만들어보고 싶어요. 그 다음엔 중상이랑 비슷한 권숙(김서형 분)이란 인물의 스토리도 담아내고 싶어요. (숙희를 킬러로 길러낸 남자와 여자인)중상과 권숙이 비슷한 점이 많아요. 둘 다 숙희를 특별하게 생각했던 건 사실인데, 두 인물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제가 쓰면서도 궁금해요. 이렇게 되면 벌써 악녀 3편까지 만들어지는건가요. ‘악녀’와 함께 10년이 훌쩍 가겠는걸요. 하하”

[단편] 칼날 위에 서다(2004)로 영화 감독의 길에 들어선 정병길 감독은 [단편] 가난해서 죄송합니다(2006), [단편] 락큰롤에 있어 중요한 것 세가지(2006), 우린 액션배우다(2008),

내가 살인범이다(2012)등을 선 보였다. ‘내가 살인범이다’로 2013 제50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감독상, 제4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 시나리오상, 제31회 브뤼셀 판타스틱 영화제 스릴러상을 수상했다.

여전히 신인감독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정감독은 직업란에 ‘무직’이라고 쓴다고 했다. 그는 폼을 재거나 영화 감독인 척 하는 태도를 원체 싫어했다.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아무도 그를 배우로 불러주는 곳이 없어 감독이 더 잘 맞는다고 말할 땐 해 맑은 소년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배우들이 ‘감독님’이라고 칭호를 부르는 것도 어색한데, ‘칸’을 간다고 했을 땐 더더욱 실감이 안 났다고 했다. 그런데 주변 친구들이 ‘깐느 정’이라고 우스갯 소리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최근에 절 깐느 정이라고 부르던데요. 아는 분들이 약 올리면서 부르는 호칭인데, 어색해요. 하하. 정씨에서 어감이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그는 스스로를 “영화 감독 같지 않은 감독, 살기 위해 영화를 찍는 감독”이라고 정의했다.

“누군가 저에게 영화 감독 같지 않다고 말했어요. 이게 좋은 뜻일까요? 아닐까요? 전 좋은 뜻으로 받아들였어요. 사실 영화 감독이라면, 공부 잘하는 엘리트들이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고3때만 봐도 영화과가 명문대 의대랑 비슷한 커트라인이었거든요. 전체 수석이 영화과에서 나오고 그랬어요. 의대 다니다가 오신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영화과를 들어왔다가 영화감독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던걸요. 저는 영화과를 나온 케이스가 아닌데, 좀 살기 위해 영화를 찍었어요. 그래서 다른 데로 빠질 수가 없었어요.”

그는 현장에서 영화를 찍을 때가 가장 재미있다고 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100% 재미있는 건 아니고 재미있을 때가 더 많다. 싫은 때는 아주 가끔이다. 계속 재미있게 영화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정병길 감독은 “‘악녀’는 스턴트 맨의 땀과 피와 인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고생이 축적된 영화이다. 그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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