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이미 낮출 만큼 낮췄다
카드사 인력·부가서비스 축소 불보듯
카드 수수료율은 2012년 말 도입한 ‘신 수수료 산정 체계’에 따라 3년마다 카드사 원가(적격비용)를 고려해 재산정한다. 다만 자영업자 배려 차원에서 영세·중소가맹점에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대형가맹점에도 원가 이하로 낮은 수수료율을 책정할 수 없게 했다. 문제는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주도로 수수료율 인하를 단행하고 조달금리까지 오르면 카드사로서는 손실을 메우기 위해 제일 먼저 인력 감축 카드를 꺼낼 수 있다. 실제 2016년 1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전후로 모든 카드사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7개 카드사가 6개월간 860명을 줄였다. 부가서비스 감축도 우려된다. 카드사들은 2012년 수수료율 인하 이후 2015년 말까지 3년간 모두 79차례에 걸쳐 부가서비스를 축소·폐지했다.
② 시장질서 무시한 정치권 개입
600만 자영업 표심잡기용일 뿐…원칙 지켜야
전문가들은 현재 가맹점 수수료 규제는 본말이 전도됐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 개입은 영세·중소가맹점들이 약탈적인 수수료율을 강요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불가피하지만 지금 추진되는 수수료율 인하는 600만 자영업자들의 표심(票心)을 흔들기 위해 남발되고 있다고 꼬집는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개입은 카드 시장을 경쟁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개입 목적을 명확히 하고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도 “지금도 영세·중소가맹점은 카드 매출액에 대해 받는 세제 혜택이 수수료 비용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무조건 낮춰주겠다는 건 선거용 전략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③ 인터넷은행 전표매입 유도
개방 됐지만 낮은 수수료율에 반응 미지근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장은 “카드사들이 담합 구조를 만들어 자영업자들에게 부당하게 높은 수수료율을 매기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 등을 참여시켜 경쟁 유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답답해한다. 신용카드 전표매입 시장은 지난해 9월부터 시중은행에도 개방됐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수수료율이 너무 낮은 수준이라서 새로운 사업자가 초기비용을 들여가며 경쟁에 뛰어들지 않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④ 영세자영업자에 도움 안돼
연매출 2억 미만 가맹점 혜택 無…정공법 필요
가장 큰 문제는 카드 수수료율 인하만으로 영세 가맹점주의 상황이 나아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말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서라면 세액공제 확대나 임대차보호법 강화, 가맹점 본사의 ‘갑질’ 규제 등 실효성 있는 ‘정공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이번 조치로 카드 우대 수수료율 적용 기준이 상향되면 도움이 가장 절실한 연매출 2억원 미만의 영세 가맹점은 혜택을 전혀 보지 못한다. 새로 ‘영세가맹점’에 편입되는 연매출 3억원의 가맹점도 추가로 받게 되는 혜택이 월 9만원이 채 안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실효성 있는 정공법이 필요하다”며 “차라리 수수료 결정 제도를 개선하거나 소액 결제에 한해서라도 카드의무수납제를 폐지하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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