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전쟁 참전 한국 군인들에 경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올해 수교 25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베트남내 반한 감정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도 외교적 대응에 나섰다.
13일 외교가에 따르면 베트남 외교부는 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와 관련해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을 통해 우리 정부에 지난 9일 항의했다. 이어 12일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정부가 베트남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하고 양국 우호와 협력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언행에 유의하길 요청한다”는 레 티 투 항 대변인 명의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일 문 대통령은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베트남 참전용사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조국경제가 살아났다”며 “폭염과 정글 속에서 역경을 딛고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고, 그것이 애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국의 전쟁터에서 싸우다가 생긴 병과 후유장애는 국가가 함께 책임져야 할 부채”라며 “이제 국가가 제대로 응답할 차례로 합당하게 보답하고 예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항 대변인은 “베트남은 한국을 포함해 모든 국가와 우호적 관계를 발전시키기를 바란다”며 “과거 양국 지도자들이 과거를 제쳐 두고 미래를 지향하는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지에서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베트남 양민 학살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불쾌감과 우려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
현지 일부 언론은 자국 외교부의 입장을 전하며 베트남전 때 한국군이 약 9,000명의 베트남 민간인을 학살했으나 한국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실용주의 외교노선을 걷는 베트남 정부가 다른 나라 정상의 발언을 이같이 문제 삼은 것은 드문 일이다. 올해 수교 25주년을 맞은 한국과 베트남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국대사관의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국가의 부름을 받고 싸우다가 희생된 유공자들을 국가 보훈 차원에서 예우하겠다는 뜻으로 양국 관계 훼손 의도는 없었다는 점을 베트남 정부에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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