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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이슬람을 다시 본다] 주류 무슬림 "테러 반대하지만 서구 부당한 대우도 거부"

<상> 이슬람 '테러 배후'인가

중동국가 종교지도자·무슬림 대부분 "IS·자살폭탄 테러 반대"

이스라엘 지원·석유 강탈에 피해의식..."서구의 적은 아니다"







이슬람의 이름으로 테러가 반복될수록 분쟁의 근원을 이슬람에서 찾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슬람이 ‘서구의 적’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반이슬람 정서와 같은 증오를 키우고 있다.

실제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집단의 지도자들은 이슬람의 이름으로 미국과 그 동맹국에 맞설 것을 강조한다. 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지난 2014년 7월에 공개된 연설에서 “폭군들과 마주할 시간이 왔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라. 십자군의 앞잡이인 기독교인과 무신론자, 유태인의 수호자에 맞서라”고 명령했다. 그는 전 세계 무슬림을 공격하는 이들에게 복수할 것을 맹세하면서 이상적인 천국에서 무슬림 모두를 다스리는 신정(神政) 일체의 칼리프 국가를 재건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두 달 뒤인 2014년 9월 수십명의 수니파 무슬림 종교 지도자들이 이에 반박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IS 지도자) 알바그다디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으로 알려진 이 성명서는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근거해 IS의 주장을 하나하나 반박했다. 즉 이슬람의 전통인 지하드(성전)가 공격적인 전쟁이 아닌 방어적인 전쟁임을 논증했다. 이슬람을 침략한다든지, 믿지 못하게 한다든지 하는 ‘정당한 명분과 정당한 목적, 행동준칙이 없다면 전쟁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 이슬람 경전인 쿠란과 무함마드의 언행록을 들어 이슬람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나는 왜 이슬람개혁을 말하는가’의 저자 아얀 히르시 알리 같은 다수의 무슬림 지식인들도 IS 같은 극단적 테러리스트들을 ‘그것은 이슬람이 아니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슬람 종교 지도자뿐만 아니라 다수의 무슬림들 역시 이 같은 IS의 주장과 테러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종교연구기관인 퓨리서치센터의 IS보고서(2015년 11월17일)에 따르면 이슬람 국가 국민들도 IS에 대해 비우호적인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즉 요르단에서도 94%가 비우호적이었고 팔레스타인 84%, 인도네시아 79%, 터키 73%, 나이지리아 66%, 말레이시아 64%가 비우호적이었다. 우호적인 의견은 나이지리아 14%, 말레이시아 11%, 세네갈 11%에 그쳤다.

자살폭탄 테러에 대해서도 다수의 무슬림은 부정적이다. 퓨리서치센터의 2013년 4월 ‘세계의 무슬림’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 국민 중 91%가 자살폭탄 테러는 ‘이슬람 방어 등 어떤 이유에서든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 인도네시아 92%, 파키스탄 80%, 요르단은 82%가 동일하게 답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IS와 테러에 반대하는 주류 무슬림들이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사회의 대이슬람 전략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무슬림들은 그들이 서구사회에 의해 부당하게 대접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 대응을 IS처럼 테러로 나타내는 데 반대하는 것이다.

1789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정복 이전까지만 해도 중동지역은 ‘무슬림들에 의해 다스려지는 이슬람 국가’였다. 하지만 나폴레옹 정복을 기점으로 이후 약 200년간 모든 이슬람 세계는 서구의 지배를 받았다. 북아프리카 대부분은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고 중동은 영국과 프랑스가 분할 지배했다. 중앙아시아 전역은 러시아가 지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중동지역 무슬림들은 자신들의 땅에 묻혀 있던 엄청난 양의 석유가 터무니없는 가격에 수탈당했다고 생각한다. 현대사에서는 아직도 진행 중인 팔레스타인 문제가 중동의 자존심을 해치고 피해의식을 키웠다. 즉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그 뒤 1973년까지 이어진 4차례 중동전쟁에서 미국과 유럽이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원한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중동지역의 역사와 정치적인 문제를 두고 ‘신자본론’으로 유명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테러조직에 맞서 싸워야 하지만 테러조직을 만들어내는 정치적 조건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그의 책 ‘오늘의 중동을 말한다’에서 “중동이 테러·석유·사막 등 획일적인 이미지로만 왜곡된 데는 중동을 이슬람 종교의 틀로만 보려는 자세가 한몫한다. ‘폭력적인 이슬람 종교’ 때문에 중동이 불안정하다고 보는 것”이라며 “그러나 과거 1500년 이슬람 역사에서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테러는 최근의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중동의 불안정성은 미진한 국민국가 형성(nation state building) 때문”이라며 “중동국가의 대부분이 서방이 국경을 획정해 놓은 신생국가라는 점에서 국가통합과 정체성 수립,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조지타운대 석좌교수인 타마라 손은 그의 저서 ‘어떻게 이슬람은 서구의 적이 되었나(Is Islam an Enemy of the West?)에서 “주류 무슬림이 추구하는 목표 역시 정치적인 민족 자결권, 경제적 자립, 종교와 표현 집회의 자유”라며 “이것은 서구의 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구와 주류 무슬림이 이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에 동의할 때 테러의 토대가 되는 정치적 조건들이 제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상률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탐사기획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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