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는 경찰이 직접 성폭력 현장에 출동해 조사할 수 있도록 경찰의 현장조사 책임을 명시한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22일부터 시행된다고 13일 밝혔다. 개정 전 법안은 “경찰관장이 피해자를 긴급히 구조해야 할 때 상담소·보호시설·통합지원센터 소속 직원이 동행하도록 허가한다”고 규정하는 데 그쳤으나 개정안은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성폭력 사건 조사에 관여하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개정안에는 “사법경찰관리는 성폭력 신고가 접수됐을 때 지체하지 않고 신고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는 항목이 추가됐다. 또 해당 경찰관은 현장에 직접 출입해 관계인에 대해 조사하거나 질문할 수 있으며 피해자·신고자·목격자가 자유롭게 진술할 수 있도록 성폭력 피의자로부터 분리된 곳에서 조사해야 한다.
경찰관이 출동했을 때 정당한 사유 없이 경찰관에게 저항하거나 현장조사를 거부하는 사람은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경찰관의 현장조사를 거부하거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 1차 위반한 사람에게 150만원, 2차 위반자에게 300만원, 3차 이상 위반자에게는 500만원을 부과한다.
여성단체들은 기대와 함께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과거 경찰들이 조사과정에서 피해여성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질문을 하거나 합의를 종용하는 등 2·3차 가해를 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또 ‘경찰들이 지체하지 않고 신고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고 명시하면서도 이를 어겼을 때 제재할 수단이나 징계 방침은 마련돼 있지 않아 현실성 없는 법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지 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현장에서 사건이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경찰들의 성폭력 통념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인권 감수성을 고취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폭력 관련 재판 변론을 전담해온 정혜선 법무법인 이산 변호사는 “피해여성들이 수사기관의 도움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라면서도 “피해자는 사건 발생 후 처음 만나는 사람의 말에 매우 큰 영향을 받는 만큼 경찰의 초기 대응 교육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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