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죽음의 에어백’ 사건의 장본인, 일본 다카타가 결국 파산의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 다카타는 한때 세계 에어백 시장의 20% 이상을 점유하며 일본 자동차산업 부흥을 뒷받침해왔지만 일본 제조업체 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 기록을 세우는 불명예를 안으며 존폐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 다카타의 미국 자회사인 TK홀딩스가 이르면 다음주 중 미 법원에 챕터11(파산보호) 적용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다카타 본사도 오는 27일 주주총회 전까지 도쿄 지방재판소에 민사재생법 적용 신청을 하기 위해 최종 조율 중이다.
다카타와 거래했다가 대규모 리콜에 직면한 완성차 업체들은 민사재생절차를 통해 리콜 비용을 채권으로 신고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다카타의 부채는 올 3월 말 현재 3,987억엔에서 1조엔 이상으로 불어나게 된다. 2016년 파나소닉플라즈마디스플레이 청산(부채 총액 5,000억엔)의 두 배가 넘는 역대 최대 파산 기록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파산보호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다카타는 사업을 지속하며 회생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회생을 주도하게 될 중국 닝보쥔성전자 산하 법인인 미국 키세이프티시스템스(KSS)는 새 회사를 설립한 뒤 1,800억엔을 투입해 다카타 사업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2위 에어백 업체인 다카타는 도요타·혼다 등 주요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는 자동차 업계의 숨은 강자였다. 하지만 2002년부터 미국과 동남아에서 의혹이 제기된 에어백 결함으로 2016년까지 운전자 17명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며 경영위기에 몰렸다. 미국에서 자동차 역사상 최대 규모인 차량 4,200만대, 인플레이터(에어백 가스발생기) 6,900만대의 리콜 명령을 받고 올 1월 미 법무부와 완성차 업체들과 차량 주인 등 피해자들에게 10억달러를 보상하기로 합의하면서 사건 수습 비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울러 다카타는 결함을 알고도 이를 축소·은폐하다 문제를 키웠다는 사실이 드러나 ‘품질의 일본’이라는 일본 제조 업계의 명성에도 치명상을 입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문제 해결이 장기화한 사이 사상자가 늘어나 안전성과 품질이 강점이던 일본 자동차의 신뢰도가 손상됐다”며 “회사 생존을 우선으로 한 다카타 창업가문은 물론 사태 해결을 머뭇거렸던 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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