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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톡] ‘언니는 살아있다’ 진화한 김순옥의 ‘웰컴 투 막장월드’

‘점’ 하나 찍고 막장드라마의 판도를 바꾼 김순옥 작가가 새로운 ‘막장월드’를 개장했다. 김순옥 작가는 SBS 주말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를 통해 한층 더 진화된 극성을 알리기 시작했고, 이에 안방극장은 욕을 하면서도 그가 만들어낸 ‘막장월드’에 점차 빠져들고 있다.

‘언니는 살아있다’는 한날한시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세 여자의 자립갱생기로, 여성들의 우정과 성공을 그린 드라마이다. 스토커에 엄마를 잃은 ‘발연기’ 여배우 민들레(장서희 분)는 바람난 남편에 딸을 잃은 김은향(오윤아 분), 재벌가 음모에 남편을 잃은 강하리(김주현 분) 등 세 주인공이 왜 이 모든 사망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야 했는지 그 배후를 가려내는 과정을 담는다.

사진=‘언니는 살아있다’ 캡처




그리고 그 모든 사건 뒤에 새 아빠의 택시를 타고 가다가 4중 추돌사고를 내면서 여러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은 악녀 양달희(김다솜 분)이 있었다. 메이크업을 배우기 위해 간 미국에서 일을 하던 양달희는 갑질을 하던 세라박(송하윤 분)과 다투게 됐고, 그 과정에서 지나가던 고양이가 떨어뜨린 꽃병에 우연치 않게 맞으면서 세라박이 식물인간이 된다. 또 하필이면 이를 목격한 메이드의 협박이 이어지자 울며 겨자 먹기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이후 연인 설기찬(이지훈 분)을 배신하고 그가 공을 들여 품종개량한 꽃을 훔쳐 루비화장품과의 위험한 거래에 일생을 올인한다. 이후 그녀는 세라박으로서 신분을 속인 채 무서운 악인의 길을 걸어나가고 있다.

극중 양달희는 김순옥의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전형적인 악녀 그 자체이다. 어려운 가정형편 가운데서 화려한 세계를 동경하던 양달희는 아등바등 살아오다가 결국 성공을 위해 남의 인생을 짓밟고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을 착실하게 밟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 초반이라서 양달희의 운명에 대해 말하기는 이르지만, 아마 결말은 권선징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김순옥 작가의 많은 작품 속 마지막 순간까지 발악하던 악녀들은 마지막에 가서야 죗값을 치루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해 왔다. 그러면 마음 착한 주인공들은 그들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준다. 김순옥 작가의 대표작인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등 대부분 작품 중 이 같은 궤도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사진=‘언니는 살아있다’ 캡처


다만 양달희를 시작으로 ‘언니는 살아있다’ 는 수많은 약녀들을 등장시키며 전작들과 차별화를 이끌어 냈다. 대놓고 악행을 저지르는 양달희와 달리, 뒤에서 모든 술수를 꾸미는 장본인이자 오만한 재벌가 딸 구세경(손여은 분)과 구씨 가문의 하녀 취급받으며 30년을 살았지만, 언젠가 아들에게 공룡그룹을 물려주기 위해 맘속에 수십 개의 칼을 품고 사는 야심가 이계화(양정아 분) 또한 극의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악녀들이다.

김순옥은 한층 다양해진 악인들을 선보이며 자신이 만들어내는 ‘막장월드’가 한층 진화됐음을 알리고 있다. ‘주인공 vs 악녀’였던 구성에서 갈등의 요소들을 여러 곳에 뿌려놓으면서 전보다 더 다양해진 사건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김순옥 작가는 본인의 가장 큰 장점인 ‘쉽고 간단한 스토리’를 놓치지 않았다. ‘왜 대중은 김순옥 작가를 좋아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간단하다. 복잡하게 따지고 분석할 것 없이 ‘선과 악’만 파악해도 모든 내용들이 정리되기 때문이다. 단순하기에 몰입하기도 쉽고, 가볍게 웃고 즐기기에도 좋다. 실제 ‘언니는 살아있다’는 세 여자의 복수극을 골격으로 하지만, 주책 맞은 재벌가 안주인 사군자(김수미 분)나 그의 딸 구필순(변정수 분)의 시끌벅적한 소동들을 통해 웃음을 선사해주고 있다.



‘언니는 살아있다’는 김순옥 작가의 장점이나 특기인 ‘극성이 강하면서도 빠르고 쉬움’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다. 이를테면 이전까지 작품이 그냥 ‘매운 라면’이었다면 ‘언니는 살아있다’는 매운 맛의 정수로 불리는 ‘불닭볶음면’과 같다. 모든 것이 자극적이고 화끈하다. 시작하자마자 각종 사고들로 식물이되거나, 양달희로 인해 많은 사람이 죽었다. 출생의 비밀도 등장하며, 불륜도 나온다.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던 ‘언니는 살아있다’는 이후에도 매회 자극적인 과정들을 그려내고 있다. 악녀들이 아무리 제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착한 우리의 언니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정당하게 싸우고, 사랑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양달희가 김순옥 작가의 작품 속 전형적인 악녀라면, 강하리는 전형적인 주인공이다. 가진 것은 없지만 밝고 싹싹한 대다, 미모에 선천적인 재능까지 겸비한 인물이 바로 강하리다. 다만 강하리 또한 다소 달라졌다. 전작의 주인공들이 악녀들에게 하염없이 당했다면 이번에는 밟으면 꿈틀대고 따지고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안방극장의 가슴을 치게 만들었던 ‘고구마 정신’이 다소 약화됐다는 것이다. 양달희와 구세경이 자신의 발표할 화장품에 위험한 물질을 넣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따지는 모습은 확실히 김순옥의 전작 속 주인공들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다

단 한 편만 보더라도 이해가 가능한 쉬운 내용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지니 복잡한 세상, 단순하고 자극을 찾는 사람들에게 ‘언니는 살아있다’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동시간대 1위 자리를 선점하는 시청률로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언니는 살아있다’를 통한 김순옥 작가의 ‘막장월드’는 이제 막 시동이 걸린 상황이다. 그가 어떤 파국으로 그려나갈지 마냥 흥미진진하다. ‘언니는 살아있다’는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45분부터 2회 연속 방송된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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