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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를 최고로 만든건 '루브르' 인가 '다빈치' 인가

김홍식의 '미술관에서의 대화'

갤러리마노서 23일까지

걸작 규정 시스템에 의문 제기

김홍식 ‘루브르-나폴레옹의 대관식’, 스테인레스스틸에 실크스크린 도들새김.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의 대관식’의 그림 속 인물들이 화면밖까지 흘러 넘친듯 관람객과 뒤섞여 탁월한 효과를 낸다. /사진제공=갤러리마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앞에 관람객이 운집했다. 키 작은 꼬마는 그림을 보기 위해 아빠 어깨에 걸터앉았고, 사람들은 작품을 보는 것보다 휴대폰으로 촬영하느라 더 바쁘다. 루브르미술관의 일상적 풍경이다. 오르세미술관에 걸린 에두아르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 앞에는 그 또래 학생들이 숙제를 하는지 모여앉아 작품을 바라본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와 관객의 눈맞춤이나, 클로드 모네가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패러디 한 그림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여유로움이 묘하게 닮은꼴이다.

시공을 초월한 명화와 현재의 만남이 펼쳐지는 곳은 김홍식의 작품 속. 강남구 압구정로 갤러리마노에서 그의 개인전 ‘미술관에서의 대화(Dialogue in Museum)’가 열리고 있다.

작가가 직접 유럽 유수의 미술관을 다니며 촬영한 사진을 근간으로 한 작품들로, 흑백 이미지에 금색과 한 두 가지의 원색이 들어있다. 작품 속 작품과 대구를 이루듯 비슷한 금테 액자까지 둘렀다. 날렵한 사진이 색으로 강렬하게 각인된다.

김홍식 개인전 전시 전경.




“루브르의 ‘모나리자’를 소재로 한 작품이 이 시리즈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맞은 편에 루브르에서 가장 큰 ‘가나안의 혼인잔치’가 있지만 그 큰 그림도 소외될 정도로 ‘모나리자’만 바라보는 이유가 뭘까요? 그림을 ‘최고’로 만든 것은 루브르인가 다빈치인가 의문이 들면서 ‘누가 금테를 둘렀을까’라는 주제로 접근했죠.”

명화와 걸작을 규정하는 미술계와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의문은 이 시대의 예술소비 현장을 그대로 포착했고 과거를 반추하면서 현재의 행태를 반성하게 한다. 작품 제목은 ‘미술관의 산책자’. 19세기 도시화 과정에서 한가롭게 거니는 사람을 가리킨 프랑스어 ‘플라뇌르(Flaneur)’를 그대로 사용해 공존하는 사람들 간의 ‘다른 생각’을 파고들었다. 특히 최근작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눈으로 보는 대신 휴대폰과 카메라로 작품을 보고, 직접 소통하는 게 아니라 모바일 기기로 다른 사람들의 작품평을 찾아보는 관람방식이 인상적”이라는 작가의 발견이 여실히 드러난다.

작가는 이화여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판화를 공부해 스테인레스 스틸 위에 포토에칭 기법으로 부식시켜 사진을 찍어내고 우레탄을 뿌려 지속성 있는 표면으로 다듬는다. 금색과 갈색을 넣어 오래된 액자 느낌을 더하고, 붓질로 빨강·파랑 등의 색을 넣기 때문에 판화지만 회화같은 ‘유일성’을 갖는다. 광택나는 소재라 빛의 움직임에 따라 작품 분위기도 달라진다. 23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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