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치솟는 인기만큼이나 커지는 우려에 직면했다. 18일(현지시간) 총선 결선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끄는 ‘라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LRM)’의 압승이 예고된 가운데 대통령의 후광으로 의회를 장악한 여당이 유권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비난의 화살이 고스란히 마크롱에게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정계에서는 벌써부터 LRM의 과대대표 문제와 함께 선출직 공직 경험이 없는 LRM의 ‘초짜’ 의원들의 역량에 대한 우려가 새어나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창당한 지 16개월밖에 되지 않은 LRM이 총선 결선에서 하원 전체 의석(577석)의 80%에 달하는 440~470석을 손에 넣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프랑스 현대정치 사상 한 정당이 거둔 최대 승리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마크롱의 정치개혁 의지를 높이 산 프랑스 국민들의 뜻이 정권 초 ‘허니문’ 기간의 기대감과 어우러져 이 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폴리티코는 “수평적인 권력관계와 자유로운 사회, 자유주의 경제를 수용하는 페이스북 세대”로서 마크롱 대통령이 보유한 긍정적 이미지가 LRM의 후광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총선 1차 투표 당시 32%의 득표율을 얻은 LRM 지지층은 사실상 전체 유권자의 15%에 불과하다는 분석과 함께 이들이 의석의 80% 이상을 ‘싹쓸이’하는 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정 정당이 득표율보다 많은 의석을 가져가는 ‘과대대표’는 정권 기반이 취약해지거나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높아질 때 폭발력이 매우 강한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성 정치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을 공략해 수학자나 투우사 등 정치 신인들을 대거 후보로 공천한 LRM이 대변혁을 예고한 마크롱의 개혁정책을 뒷받침할 역량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파리정치대학 정치연구소의 뤼크 루방 교수는 NYT에 “현재 프랑스의 문제들은 대부분 블루칼라 노동자들과 관련돼 있지만 LRM 후보들은 교육 수준이 높은 중산층을 대변한다”며 프랑스 유권자의 40%를 차지한 노동계급의 목소리가 의회에서 사라지면서 결과적으로 마크롱의 개혁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