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ASEAN(아세안)의 관계를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은 아세안이 한국의 제2 교역파트너이자 인구규모 세계 3위, 신흥소비시장 이지만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부 차원의 접근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행히도 문재인 정부가 한국의 외교와 경제 지평을 넓히겠다며 대(對) 아세안 정책에 힘을 실기 시작하면서 한국과 아세안 간 협력이 강화 될 것이라는 게 김 총장의 판단이다. 김 총장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언론 등을 통해 아세안 특사 파견을 건의했고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아세안 특사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파견한 바 있다.
김 총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 아세안 전략을 수립하는 데 있어서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 외교,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부부처나 국회, 민간 기관과 학계 등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대 아세안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며 “이를 총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태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각개전투’를 통해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장애물을 낮추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이미 아세안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상태지만 아세안과의 교류 협력 증진을 위한 한-아세안 센터 등의 기구가 출범한 시기는 일본에 비해 상당히 짧다.
아울러 김 총장은 아세안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한-아세안 경제 협력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아세안에 대해 한국인 대다수는 쇼핑을 하거나 마사지를 받는 관광국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한국 기업도 이러한 관점에서 시혜적인 자세로 태국 기업들을 상대하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일본이 태국 자동차 업계를 장악한 비법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문화라고 주장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김 총장은 “한국 기업이 아세안 국가로 뻗어 나가고 싶어도 국가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부족하다”고도 지적했다.
김 총장은 아세안이 한국 기업의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아세안 10개국의 인구는 6억 3,000만 명으로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 규모인데다 경제성장율도 2007년부터 연평균 5%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예를 들어 태국은 타일랜드 4.0 이라는 비전을 세우고 한국과 일본 등의 기술을 전수받고 산업화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며 “한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종교·문화적 접근성이 높은 만큼 긴밀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1955년생으로 서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외무고시 11회 출신이다. 그는 청와대와 외교부 요직을 두루 거쳤다. 외교부 대변인을 지냈고 주 인도네시아 대사를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인도네시아 대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5년 3월부터 한-아세안 센터 사무총장으로 활약하고 있다. /방콕=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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