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제야(際夜)의 종을 칠 때 사용하는 종을 흔히 ‘보신각 종’이라 부르지만 ‘진짜’는 따로 있다. 보물 제2호로 지정된 정식 명칭 ‘옛 보신각 동종’은 국립중앙박물관 뜰에 조성된 종각에 있다. 조선 세조 14년(1468년)에 제작돼 원래는 신덕왕후정릉 안에 있는 정릉사에 있었으나 절이 없어지면서 원각사로 옮겨졌고 1536년에 다시 남대문 안쪽으로 이동했다. 임진왜란 이후 광해군이 지금의 종로2가 자리의 종각을 복구하면서 종을 다시 걸었다. 보신각종은 오전4시에 33번 울려 서울의 아침을 깨우고 오후7시에 28번을 울려 도성의 문 닫는 시각을 알렸다. 총 높이 3.18m, 입 지름 2.28m, 무게 19.66톤의 큰 종이며 조선 초기 종의 전형적 형태다. 윗부분 두 마리 용이 종의 고리 역할을 하고 어깨부터 중간까지 완만한 곡선을 이루다 중간지점부터 입구까지는 직선으로 완고한 느낌을 준다. 두 번의 화재를 겪어 모양도 음향도 다소 변했으나 제작연대가 분명한 조선 시대 왕실이 발원한 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해 보물로 지정됐다. 몸통의 균열 때문에 더 이상 타종이 불가능해져 결국 보신각을 떠나왔다. 지금 보신각에 걸려 있는 종은 1985년 국민 성금을 모아 일명 ‘에밀레종’이라 불리는 성덕대왕신종을 본떠 제작된 것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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