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잠정중단 결정과 관련한 합리적인 문제 제기를 청와대가 “과도한 불안감 조장에 다른 저의가 의심된다”는 정치논리를 내세워 여론재판으로 몰고 가려는 태도에 대해 한목소리로 반박했다. 특히 청와대가 건설 잠정중단 근거로 내세운 논리는 현실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이 반박한 청와대의 신고리 5·6호기 일시중단 근거의 다섯 가지 문제점을 짚어본다.
◇“공론화 들어가기 앞서 사회 고민 설명”…결정 과정에서 주무부처 배제 ‘일방통행 불과’=청와대가 탈원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은 데 저의가 있는 것처럼 여론몰이에 나서며 그 과정에서 정작 결정권과 실무를 책임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를 배제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주무부처가 배제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주무부처가 왜 그렇게 했는지 아이디어가 있을 것이고 전문가집단의 얘기를 들어야 하는데 환경단체와 탈핵 운동권 얘기만 듣고 결정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탈원전을 기정사실화한 게 아닌가 싶다”면서 “신고리는 매몰비용이 발생하는데 정권이 끝나고 책임져야 할 사안이다. 4대강처럼 책임질 주체를 찾으려고 공론화위원회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LNG 단가 세금 때문에 비싸다”…모르는 소리 ‘도입단가가 더 큰 문제’=청와대는 LNG 발전단가가 석탄화력보다 kwh당 2.5배 정도 되는데 대부분이 LNG에 붙는 세금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실은 이와 다르다.
세금은 별 차이가 없었다.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국세와 지방세·부담금 등을 모두 포함한 조세부담은 LNG가 kwh당 13원22전, 유연탄이 12원24전, 원자력이 11원70전이다. LNG와 유연탄의 세금은 1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발전단가의 차이는 커진다.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석탄화력은 kwh당 73원93전, LNG는 99원39전이었다. 세금 때문에 발전단가에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재료단가 자체가 석탄은 싸고 LNG는 비싸기 때문이다. 서균렬 서울대 교수는 “LNG는 원가 자체가 높기 때문에 세금 조정으로 가격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자칫 무역수지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원전 가동을 대거 중단하고 LNG 수입을 대폭 늘려 1980년 이후 31년 만에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
◇“신재생에너지 깨끗하다”…오히려 환경오염·2차 자연파괴로 님비현상 초래=청와대는 탈원전을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LNG를 꼽는다. 그러나 LNG 발전의 경우 오히려 태양력과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생성 과정에서 2차 자연파괴와 이산화탄소 증가로 환경오염이 심해질 우려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풍력을 개발하면 산에 도로를 내야 하고 발전기 주변의 나무도 베야 한다.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면 이 과정에서 주파수가 나와 기형 송아지 발생 등 주변 농가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태양광도 대규모로 설치할 경우 우리는 산에 설치하는데, 해를 잘 받아야 하니까 나무를 베어내 이산화탄소 흡수 기능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겨 정말 친환경적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서균렬 교수는 “LNG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고 풍력도 초저음파를 발생시켜 주변 동물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원전에 관한 일부 전문가들 결정 시스템 문제”…과도한 불신=청와대는 기존 원전 정책과 관련해 일부 전문가들의 결정으로 판가름나는 것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부산 일대에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밀집을 만든 것이 원전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깊은 불신도 있다. 이에 국민의 뜻이 뭔지 정확히 모르고 결정된 사항이 많아 이를 바로잡으려면 공론화위원회를 통한 국민 여론 수렴 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일부에 불과한 원전 마피아를 개선해야 하는 문제로 과도한 불신이라고 지적한다. 서균렬 교수는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이라는 빠른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데는 원전 발전의 기여도 있기 때문에 한수원의 일부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킨 것인데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손양훈 교수는 “과도하거나 비과학적인 논리, 감정에 따라 주장과 사실 자체를 부정 또는 왜곡하면 오히려 과도한 공포를 국민들에게 준다”고 말했다.
◇“원전은 위험…되레 불안감 조성=세계에서 가장 좁은 지역에 가장 많은 원전이 몰려 안정성과 환경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청와대가 정치적 논리만 내세워 불안감을 더 조성할 뿐이라고 질타한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우리나라 원전은 작은 고장은 있어도 중대사고가 난 적은 없고 시스템상 센서가 굉장히 많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문제가 되면 일단 멈춘다. 다시 말하면 그만큼 안전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래된 원전에서 사고가 빈발한다는 식의 정부 측 표현은 오히려 불안감만 조성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유승훈 교수는 “수도권에 전 국민이 사는데 수도권에 원전이 없고 멀리 있어서 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이를 오히려 정부가 이슈화하면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사람들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호·이태규· 빈난새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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