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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오정택,“저예산 영화 ‘프로듀서’가 직업이야?...버티는게 아닌 지키는 것”

“내가 선택한 작품은 어떤 일이 생겨도 끝까지 책임진다” 19년차 영화인 오정택

“영화 제작부를 꿈꾸는 후배들은 거의 없어요. 대부분 감독을 꿈꿔요. 과거엔 콘텐츠가 힘이었다면, 지금은 자본이 힘입니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연출부는 감독 옆에서 슬레이트 치고 체크하는 일을 해요. 제작부는 통제하는 라인 안에서 쓰레기를 줍고 교통 정리 일을 하고 있어요. 제작부는 허드렛일을 한다는 인상이 큰 점도 한 몫 하고 있죠.”



어떤 극한 상황이 닥쳐도 절대 포기하지 않는 영화인 오정택씨를 만났다. ‘콘텐츠가 힘인 시대’에서 ‘자본이 힘인 시대’로 바뀐 영화 현장에서 맨몸으로 부딪친 경험은 그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됐다. “프로듀서로서 선택한 작품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를 신조로 삼고 있는 오정택씨는 그 누구보다 영화를 사랑하고, 영화현장을 함께하는 배우와 스태프를 알뜰하게 챙기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타의에 의해 같이 고생하는 스태프를 버리게 되고 등지게 될 때가 가장 슬픈 일이다”고 말했다.

오정택 감독/조은정 기자




오정택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프로듀서형 감독 오정택과 만나다



1999년부터 19년간 영화 판에서 조명기사 일부터 시작해 촬영팀, 연출팀 제작팀을 거쳐 프로듀서, 작가, 영화 감독의 길을 밟아오고 있는 오정택 감독은 소위 말해 많은 이들이 주목하는 감독은 아니다.

그의 이력을 살펴보면, 2006년 ‘방울토마토’ 로 프로듀서로 데뷔해, 2008년 ‘반두비’ 2014년 ‘늙은 자전거’ 프로듀서로 작품을 함께했다. 최근엔 박성광 감독의 ‘슬프지 않아서 슬픈’ 프로듀서로 활약했다.

개그맨으로 더 익숙한 박성광 감독의 두번째 단편 영화 ‘슬프지 않아서 슬픈’은 기억을 잃어가는 택배기사 철우(성현)이 민지(김용주)를 사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독립영화다. ‘괜찬타’부터 인연을 맺은 제이포엔터테인먼트 장비 회사가 도와줘 보다 편하게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영화로 박성광씨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밝힌 오정택 프로듀서는 “박성광씨는 영화에 대한 갈증이 크고, TV에서 비춰지는 모습과 달리 훨씬 진지한 사람이다”고 설명했다.

“제가 연출에 대한 갈증을 늘 가지고 있었던 것처럼, 박성광씨 역시 몇 년 된 줄은 모르겠는데 목말라 하는 게 느껴졌어요. 이 친구의 욕심과 호기심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그렇게 작품을 같이 하게 됐어요. 촬영하면서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정신력일까? 란 생각이 들 정도로 박감독은 변수가 많은 현장에서 감독으로써 해야 하는 결정들을 해내는 모습을 보면서 놀랬어요. 진지하면서도 꼭 필요한 부분에선 타협이 빨랐어요. 물론 고집스러운 면도 있습니다”

오정택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랑’ 감독 오정택 이야기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았어요”



오정택씨가 프로듀서 데뷔 이 후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참여하면서 대형 영화제작사로부터 의뢰가 들어오긴 했지만 번번히 제작이 무산되는 일이 일어났다. 그 사이 시나리오 집필도 겸했다. 간간히 습작 정도로 썼던 단편 시나리오가 지역 전라북도 인큐베이션 공모전에서 당선되면서 당선 지원금으로 2008년 독립장편 음악영화 “괜찬타”를 각본 감독하게 된다. 이후 2011년 단편 영화 ‘HIDE OUT’, 2017년 단편영화 ‘랑 : with’의 각본 및 감독으로 참여했다.

최근엔 ‘슬프지 않아서 슬픈’과 함께 VIP 시사회를 열어 언론과 만나는 자리도 마련됐다. 단편영화들이 극장에서 상영되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을 잘 알고 있던 박감독이 단편 세 편을 함께 상영하자고 제안을 했고, 마침 박성광 감독의 지인과 연이 닿아 시사회 장소가 마련되었고 상영의 기회가 온 것. 박 감독이 마련한 특별시사회로 인해 오정택 감독의 ‘랑’ 역시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작은 물꼬가 트였다.

오 감독이 들고 나온 영화의 제목은 랑 [with] 이다. 둘 이상을 같은 자격으로 이어주는 접속 조사에서 따왔다.

남자들의 폭력에 맞선 두 여인(허린, 한은서)의 연대를 그린 단편영화 ‘랑’은 법무부의 법사랑위원회에서 선도하는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영화이다. 오 감독은 “영화 ‘마음이’ “박은형” 감독님이 멘토링을 해 주셔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영화 “랑[with]”의 엔딩 크래딧에선 함께 고생하는 스태프와 배우들을 생각하는 감독의 따뜻한 마음이 엿보인다. 첫 데뷔 작품인 ‘괜찬타’ 때부터 함께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오감독은 상징적 의미를 엔딩 크래딧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프로듀서로써 작품 활동을 하다 보면 흔히들 절 ‘엄마’라고 불러요.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야 하거든요. 이번엔 감독으로서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배우들 스탭들이 땀 흘려가며 열정을 쏟는 모습이 감사했어요. 언젠가 내가 연출을 하게 되면 이런 감사한 마음을 담아야겠다 생각해, “괜찬타”부터 엔딩 크레딧에 영상을 담기 시작했어요. 사실 상업영화에서는 할 수 없는 작업이기도 해요. 제작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거니와 런닝 타임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투자를 받고 진행하는 작품에서는 감독 혼자 결정 할 수 없는 부분이거든요. 적어도 독립적으로 진행하는 작품에서만큼은 담고 싶었고 편집하면서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하는 장면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서 엔딩 크래딧에 포함시켰습니다“



오정택 감독이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내가 선택한 작품은 어떤 일이 생겨도 끝까지 책임진다” 19년차 영화인 오정택



스무살 혈기왕성했던 청년은 어릴 때 ‘인상 깊게 봤던 영화 ’게임의 법칙‘ 장현수 감독이 촬영감독을 구하고 있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무작정 영화사 사무실을 찾아갔다고 한다. 조명팀, 촬영팀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전혀 모른 체 장현수 감독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에 한걸음에 달려갔다고 한다. 열정이 통했을까. 남들이 10년 정도 고생하면 조명 기사로 데뷔한다고 말했는데 그에겐 더 빨리 기회가 찾아왔다고 한다.

“현장에서 부딪치면서 배워갔어요. 남들보다 조명 기사 데뷔가 빨랐어요. 그 와중에 계곡에서 촬영하다 떨어져서 몸을 많이 다쳤어요. 조명팀 일이 와일드하고 짐을 짊어지고 뛰어다녀야 하는데, 몸에 이상이 생기니 더 이상 조명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

그 당시 영화 판에서 조명일을 함께 했던 동료들 중 현재까지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시골행을 택한 그들을 떠올리면 ‘전 아직 버틴다’는 말을 하기에도 조심스럽다고 했다.

“이 친구들을 떠올리면 ‘버틴다’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어요. 10년 전과 달리 현재는 누구나 촬영할 수 있는 장비들이 생겼어요. 소위 말해 저희들은 조명을 만들어서 썼던 세대거든요. 조명이 어두우면 어떻게든 머리를 써서 밝은 조명을 만들어냈어요. ‘이게 어떻게 가능해?’ 란 반응이 나올 정도로 했는데, 지금은 돈 주면 다 빌릴 수 있는 세상이 됐어요. 게다가 기본적인 데이터만 카메라에 담길 수 있으면 디지털 색 보정을 할 수 있어요. 도제 시스템이 꼭 좋다고만은 할 수 없지만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치면서 배워 본 분들이 설 자리가 없어져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프로듀서를 겸하고 있는 프로듀서형 감독 오정택은 만능 재주꾼이다. 소재를 발굴하고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제작비 마련을 위해 투자사나 지원을 유치하고 캐스팅하는 과정에 누구보다 일가견이 있다.

“그러고 보니까 혼자서 다하는 시스템이네요, 하지만 영화라는 작업이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합니다, 혼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는 거죠, 모르면 몰라서 안 하겠지만 과정을 아니까 할 수 있는 만큼은 먼저 준비하고 이 후 적절한 상황을 봐서 팀을 꾸리는 게 제 방식입니다. 제작비를 약간은 아낄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 또한 있습니다”

19년간 영화 현장을 지키고 있지만, 여전히 영화 현장은 녹록치 않다. ‘프로듀서’가 직업이야? 라고 보는 시선부터 자본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영화 산업은 다양한 소재 영화판을 키워나가고 싶어하는 프로듀서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었다. 딱 한번 타의에 의해 현장에서 쫓겨난 경험을 아픈 기억으로 가지고 있는 그는 “내가 선택한 작품은 어떤 일이 생겨도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의 열정은 늘 불타올랐다.

“프로듀서를 하나의 직업으로 보기보단, 허드렛일을 하는 스태프로 보는 시선이 여전히 남아있어요. 게다가 스태프 관련 조항들이 생기면서 그걸 다 지키면서 영화를 찍을 수 없는 게 저예산 독립영화계 현실도 아프면서 슬프죠. 그럼에도 전 무조건 현장에 있으면 좋아요. 가슴이 뜨거워지거든요. ‘아. 내 일이구나. 이게 직업이구나’ 란 생각이 들어 좋아요. 투자자들에게 ‘태워라’ (투자해 란 뜻)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준비는 다 돼 있으니까요.”

프로듀서의 영역은 투자자를 끌어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최상의 예산 배치 역시 프로듀서의 몫이다. 오정택 프로듀서는 “감독이 말하는 모든 세계를 입체화 시킬 때, 중요 순위를 그 누구보다 정확히 판단해야 하는 이가 바로 PD이다”고 지적했다.

“보다 쉽게 말해 감독이 그리는 하나 하나의 세계가 돈으로 보인다.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의 톤은 유지하되 감독이 연출하고 싶어하는 것 중에 이게 진짜 중요한가?의 판단을 보다 꼼꼼히 따질 수 있어야 한다. 감독이 하고자 하는 것 모두를 다 해주면 좋겠지만 예산은 한정이 돼 있다. 우리는 감독님이 생각한 걸 다 듣고 계획 했는데 또 뭔가를 한다고 하면 감당이 안 되잖아요.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 되면 좋겠지만 안된다면 제작사랑 이야기하죠. 예산 초과가 되면 저희는 대표님이랑 다시 돈을 구하러 다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죠.”

오정택 프로듀서 겸 감독의 마지막 소원은 “남들에게 도움 되는 일들을 하고 싶은 것”

“해프닝 프로젝트로 시작된 영화 ‘랑’의 시작이 그러했듯, 소외계층을 도울 수 있는 이런 일들을 더 하고 싶어요. 그 분들이 제가 만드는 영화를 원하시는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어요. 그래도 잘 해나가고 싶어요.”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감독으로 역할에 충실한 프로듀서로 성장중인 오정택은 VIP 시사회 때 미처 하지 못했던 말을 인터뷰 말미 수줍게 천천히 꺼냈다.

“이 말을 몇 번이고 곱씹으며 준비했는데 그날 너무 긴장해서 못 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대신해도 괜찮은건지 모르겠지만 안 하면 평생 후회 할 것 같아서 용기를 냈습니다. 영화 랑 [with], ‘슬프지 않아서 슬픈’과 함께해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고 무엇보다 묵묵히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는 가족들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에게 너무 감사합니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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