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방송되는 KBS1 ‘사람과 사람들’에서는 ‘데이브는 3년째 내한공연 중’ 편이 전파를 탄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약 200만 명, 25명 가운데 1명은 외국인이다.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10,000km가 넘는 한국까지 꿈을 좇아 온 미국인 데이브 벡(Dave Beck, 32).
그의 꿈은 과연 무엇이길래 낯선 서울 옥탑방에서 셋방살이를 하는 걸까.
▲뉴욕 바리스타, 한국의 길거리 가수가 되다
N서울타워가 보이는 이태원 경리단길의 달동네. 주택가의 오르막을 오르면 그가 사는 곳이 나온다. 한국에 온 지 3년 된 미국인 데이브 벡(32)은 옥탑방에 세 들어 사는 청년이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유명 커피숍 바리스타로 잘나가던 그 어느 날,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그가 일하던 커피숍에, 가수 소녀시대는 그의 모교에 나타났다.
“어느 날 갑자기 운명처럼 한국이 다가왔어요.”
때마침 수석 바리스타 자격으로 한국에 올 기회가 생기고 사람과 문화에 마음을 뺐겼다. 그리고 그는 한국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밀가루 알레르기가 있어 빵을 먹지 못하는 그. 주식이 쌀인 한국이 정말 그의 말처럼 운명일까.
▲ 미국에서 한국, 음악으로 향하는 길
본격적인 여름 시작 전부터 데이브 벡(32)의 6평(19.8㎡)짜리 옥탑방은 이미 사우나다. 커피 취향도 저렴해졌다. 수석 바리스타였던 그는 이제
마트에서 사 온 싸고 양 많은 커피를 주로 마신다. 한국에 오기 전에는 북한 때문에 전쟁을 걱정했지만 막상 살아보니 오히려 황사가 더 무섭다는 그.
그런데 왜 그는 한국에서 사는 걸까. 이유는 바로 ‘음악’.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영어 교사 일을 하는 것도 음악 할 돈을 벌기 위해서다. 음악을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는 그는 오늘도 손바닥만 한 옥탑방에서 꿈을 키워간다.
▲ 오늘도 내한공연 중, 제 노래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에서 앨범까지 낸 데이브 벡(32)은 왜 한국의 길거리 가수가 된 것일까. 고향 아이오와주는 시골이라서 관객이 없었고 뉴욕사람들은 다들 바빠 노래를 들어주지 않았다. 현재 그는 3년 째 자발적으로 내한공연 중이다. 초청한 사람도, 제대로 된 무대도 없다. 인사동에서는 길 막지 말라고 쫓겨나면서도 계속하는 이유는 오직 관객 때문.
한국 관객은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팝송에도 가던 길을 멈추고 귀 기울여준다. 그는 한국 노래를 만들기 위해 1년 동안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우리에게 익숙한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부터 그가 처음 선보이는 한국어 자작곡까지. 그는 우리에게 한 발짝 더 다가왔다.
▲ 내 음악은 배경음악이어도 좋아요
데이브 벡(32), 그가 한국에 제일 좋아하는 곳, 부산. 이미 수차례 부산에 다녀온 그는 영감을 받아 한국에 대한 첫 번째 곡 ‘부산’까지 만들었다. 함께 버스킹을 떠난 음악친구 딘토니(Deanthony, 32)도 한국에서 살고 있는 미국인이다. 그는 한국에서 오랜 드러머의 꿈을 이뤘다. 그들은 광안리 해수욕장을 맨발로 걸으면서 신중현의 ‘미인’을 공연한다. 앰프도, 스피커도 없이 노래하는 그.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면 생각지도 못한 세계를 만날 수 있어요. 다들 똑같은 길 가면 복잡하지 않아요?”
그는 한국에서 유명한 가수가 되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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