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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서사 아닌 이미지…‘소설가=이야기꾼’ 공식 탈피해야 韓 문학 발전”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윤후명 소설 전집 완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윤후명 작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 소설의 뼈대는 서사가 아닌 이미지입니다. 오래전 세계 문학 흐름은 이미지 중심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 문단만 뒤처졌어요. 한국 문학이 서사에 대한 집착을 벗어나지 않으면 독자를 다 잃게 될 겁니다.”

11일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소설가 윤후명(71)의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자리. 때맞춰 소설전집을 완성한 그가 나직한 목소리로 완간 소감을 밝히다가 “독자들이 소설을 읽지 않는 것은 소설이 재편된 사실을 모르고 낙후된 상태로 버려둔 작가들 탓”이라며 쏟아낸 말이다.

윤후명은 50년간 1인칭 시점에서 ‘나’를 탐구하는 소설을 써왔다. 그의 소설에는 인물은 있으나 인물의 사연을 구구절절 늘어놓지도 않고 전체 뼈대를 이루는 기승전결 구조도 없다. 읽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윤후명은 “소설이 이야기라는 것, 소설가가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에 나는 승복할 수 없었다”며 “비전의 세계이자 이미지의 세계인 소설이 바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소설의 총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윤후명 소설은 그럴듯한 세계를 만들어 재료로 쓰는 핍진성을 탈피하고 있다. ‘삼국유사 읽는 호텔’에서는 신화시대의 시공간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둔황의 사랑’에서는 오래된 설화에 매료된 주인공이 환상과 현실 사이 경계에서 방황한다. 특히 윤후명은 서사 보다는 문체, 세계보다 나에 집중했고 그가 그려내는 시대는 형이상학적 풍경을 담고 있다. 196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시 부문에 당선되며 등단한 그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소설은 서사시에 가깝다.



그는 최근 ‘강릉의 사랑’ ‘원숭이는 없다’ ‘바오밥나무의 학교’ ‘가장 멀리 있는 나’ ‘약속의 그림자’ ‘삼국유사 읽는 호텔’을 출간하며 4년간 이어진 총 12권의 소설전집 출간 작업에 마침표를 찍었다. 글을 고쳐 쓰고 여러 개 단편을 중·장편으로 묶어내는 과정에서 그의 50년 작품이 하나로 연결됐다. 가령 ‘바오밥나무의 학교’는 그의 첫 장편소설 ‘별까지 우리가’(1990년 작)를 뼈대로 단편 ‘바오밥 나무’를 엮어낸 것이다. 개작을 통해 뚜렷해진 그만의 주제는 ‘길 위에 선 자의 기록’이다.

그는 “주인공의 여정이 하나로 이어지면서 총 12권의 책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데 강릉을 출발해 고비를 지나 알타이를 넘어 다시 ‘나’로 회귀하는 여정”이라며 “방대한 분량의 ‘하나의 소설’을 완성했다”며 웃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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