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실내공연장에서 열린 서울관광 한류콘서트 현장. 필자는 눈과 귀를 의심했다. 1,200석 공연장에서 ‘히잡’을 쓴 여성들이 레드벨벳의 히트곡들을 한국말로 목청 높여 따라 부르는 진풍경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미처 입장하지 못해 스크린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로 복도도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틀 뒤인 23일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이번에는 1만석 규모 콘서트가 열렸는데 여기서도 대성황이었다.
원래 예정됐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갑자기 문재인 대통령의 아세안 특사로 파견돼 이날 무대에는 부시장인 필자가 오르게 됐다. 가수 이루와 함께 노란 모자를 쓰고 ‘까만 안경’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관객들은 큰 함성으로 호응했다. 한류에 대한 폭발적 인기에 놀라움을 넘어 충격까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박 시장은 같은 시간 아세안 특사로 동남아의 필리핀·인도네시아·베트남 3개국을 방문해 국가원수들을 차례로 만나 극진하고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
지난해 서울을 방문한 외래 관광객은 역대 최대로 1,350만명을 돌파했다. 관광객 1,000만명을 유치했을 때 부가가치는 12조원, 고용창출 효과는 25만명이다. 관광객 39명당 일자리 하나가 생길 정도로 서울의 미래 먹거리로서 관광산업의 중요성은 지금 어느 때보다 크다.
문제는 중국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고 불안정하다는 데 있다. 2016년 서울을 방문한 외래 관광객 비율을 보면 중국이 47%로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동남아가 21%, 일본이 13%로 뒤를 잇는다.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 금지조치(이른바 ‘금한령’) 이후 우리 관광업계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 올해 1~6월 중국인 관광객은 17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8% 감소했다. 반면 정부와 서울시가 다양한 유치전략을 펼친 결과 동남아 관광객은 140만명으로 6.8%가 증가했다.
과도한 중국 의존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동남아를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동남아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언어는 물론 문화까지 진심으로 이해해야 한다. 상점의 상인들부터 거리의 시민들까지 이들을 단순 돈벌이의 대상이 아닌 친구나 이웃으로 따뜻하게 맞이하는 서울시민의 마음이 중요하다. 히잡을 쓴 관광객이나 피부색이 다른 관광객도 서울과 대한민국의 친구로 만들어 가자.
위기는 곧 기회다. 중국인 관광객이 떠난 자리를 동남아 관광객이 메워준다면 이들이 배낭여행으로 서울 관광명소를 찾아다니며 동네상권을 살려준다면 지금의 위기가 또 다른 호기가 될 수 있다. 서울시 역시 관광객 2,000만 시대를 목표로 동남아 관광객 유치에 앞장서고 현재의 어려움을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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