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달 1일부터 4대강 16개 보 가운데 낙동강 4곳을 포함해 6개 보의 수문을 조금씩 열었지만 낙동강·금강 등에서 녹조가 더 번진 것으로 나타나 상시 개방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장마 후 오는 8월 중순까지 기온이 상승하면 매년 되풀이하는 ‘녹조 라테’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수문 완전 개방 찬성 측은 보 저수 감소량이 10%에도 못 미치는 ‘찔끔 개방’으로는 녹조가 제거될 수 없는 만큼 수문을 모두 열어 강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대 측은 수위를 조절해 영양염류의 체류시간을 줄이는 방법은 효과가 제한적인데다 완전 개방할 경우 농업용수 차질 등 부작용만 낳을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인 지난 2013년 1월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해 ‘확보한 물에 대한 사용처가 불분명한 사업’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같은 해 7월 감사원은 ‘4대강은 한반도 대운하를 염두에 둔 사업’이라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물은 배를 띄우기 위한 ‘운하용수’였다는 결론에 이른다. 결론적으로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사업은 22조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한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뜻이다.
16개 보를 건설하고 강바닥 모래를 대규모로 준설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예산이 낭비된 것은 말할 것 없고 하천생태계가 황폐해졌다. 4대강 사업을 완료할 무렵인 2012년부터 6년 연속 녹조가 발생했다. ‘녹조 라테’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고 이제 4대강은 거대한 ‘초록 운동장’으로 바뀌었다.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면 누르스름한 녹조가 서로 엉켜 있고 고약한 냄새가 진동한다. 강바닥에는 오염물질이 쌓여 시궁창 냄새가 코를 찌르고 산소가 없거나 거의 무산소층을 이루고 있다. 물고기 사체들이 물 위 여기저기 떠다니고 멱을 감는 아이들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었다. 4대강은 죽어가고 있다.
녹조가 발생하려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오염물질인 질소와 인이 있어야 하고, 수온이 높아야 하고, 물이 고여 있어야 한다. 앞의 두 가지 조건은 4대강의 보가 아니어도 불가피한 것이다. 농경지와 도로 등에서 발생하는 비점오염원(광범위한 배출 경로를 가진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유입하는 것을 현실적으로 막을 수 없고 과도한 예산 때문에 하수처리장에서 오염물질(점오염원)을 녹조가 발생하지 않을 수준으로 정화할 수도 없다. 또한 여름철이 되면 온도가 높아지는데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자연적 현상이다. 그러나 세 번째 녹조 발생 조건인 물이 고인 것은 4대강 사업의 보 때문이다.
그럼에도 4대강 사업을 찬성했던 일부 전문가들은 4대강 보가 녹조 발생에 약간 영향을 미쳤지만 하천으로 유입하는 오염물질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므로 오염물질을 저감하는 대책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소양댐과 같이 청정지역에 있는 호수에서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고 4대강 사업 전에도 녹조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이 생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오염물질을 완벽하게 처리할 수 없고 청정지역에도 사람이 살기 때문에 소양댐에서도 3∼5년 주기로 녹조가 발생한다. 4대강 사업 전에도 낙동강 하류 지역에서 녹조가 발생했는데 이는 낙동강 하구의 둑이 물의 흐름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낙동강에 설치한 보에 의해 물이 고여 있는 모든 구간에서 녹조가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고 하류로 갈수록 더 심하다.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은 섬진강에서는 보가 없어 물이 흐르기 때문에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낙동강에서 발생한 남조류의 우점종(군집 대표종)은 마이크로시스티스인데 이 남조류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간(肝)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독성물질이 함유돼 있다. 이 독성물질은 물고기·조류·포유동물 등이 섭취하고 농업용수로 이용하면 쌀에 농축될 수 있다. 수영·수상스키 등 친수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마이크로시스틴에 노출돼 피부병이 발생할 수 있고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척된 물고기를 먹은 사람들 몸속에도 마이크로시스틴이 쌓일 수 있다. 호주에서는 마이크로시스틴으로 오염된 강물을 먹은 가축들이 죽은 사례들도 있다.
녹조가 내뿜는 독성물질이 가득하고 물고기조차 살아갈 수 없는 낙동강 물을 정수해 현재 1,300만명에게 식수로 공급한다. 환경부는 수질이 나빠져도, 녹조가 무성해도 완벽한 정수 과정을 거치면 식수로서 이상이 없다고 한다. 2015년 여름 낙동강의 경우 마이크로시스틴의 농도가 세계보건기구 기준치(1.0ppb, 10억분의1)를 456배 초과했다. 공학적으로 100% 완벽한 정수 시스템은 없다. 안전은 1%만 놓쳐도 100%를 잃는다.
정부는 국민들이 먹는 수돗물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행정력을 모아야 한다. 녹조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우선 보의 수문을 열어 강물을 흐르게 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4대강에 설치한 보들의 철거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보를 철거하려면 환경적·공학적·경제적·사회적 가능성을 면밀하게 검토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런 논의의 전제는 물이 곧 생명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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