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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헌절에도 '소장' 없는 헌재

공석기간 166일 역대 최장

정치권 우선순위 밀리면서

김이수 인선도 두달째 헛바퀴

주요 사건 잇달아 선고 지연





박한철(64·사법연수원 13기) 헌법재판소장 퇴임 후 후임 인사가 늦어지면서 헌재소장 공석이 5개월을 넘어섰다. 헌재는 제69주년 제헌절도 수장 없이 맞아야 할 처지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며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받았던 헌재의 위상이 최근 정치 공방 속에 급격히 위축되는 분위기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5월19일 헌재소장으로 지명된 김이수(64·9기) 소장 권한대행의 인선 절차가 두 달째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헌재소장 공석 기간이 166일에 달하고 있다. 헌재 안팎에서는 ‘김이수 실종 사건’이라는 말마저 나온다. 올 초만 해도 헌재소장 인선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대통령 탄핵 심판을 계기로 헌재의 영향력이 커진데다 국민적 관심도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헌재소장 인선의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소장 공석 사태가 반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1988년 헌재 창설 이후 가장 긴 헌재소장 공백 기간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헌재소장 인선 절차가 뒷전으로 밀린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며 “그때마다 소장·재판관 공석을 막는 제도를 신설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번번이 결실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6년 윤영철 소장 후임으로 전효숙 재판관이 지명됐으나 절차 문제 논란 끝에 사퇴하면서 소장 자리는 128일 동안 비어 있었다. 2013년에도 이동흡 재판관이 후임 소장으로 지명됐으나 특정업무비 유용 의혹으로 낙마해 박 전 소장이 임명되기까지 80일간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졌다.



수장 공석이 장기화하면서 헌재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9인 재판관 체제가 아닌 8인 체제가 이어지면서 종교적 병역거부 등 주요 선고가 미뤄지고 있어서다.

게다가 새 정부는 헌재와 대법원의 역할 조정을 담은 헌법 개정까지 예고한 상태다. 선거·투표 재판의 이관, 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재판소원) 허용 등 민감한 사안을 두고 양측의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는 터라 헌재소장 공석 장기화가 헌법 개정을 앞둔 헌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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