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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①] ‘택시운전사’ 장훈 감독 “송강호는 꿈의 배우..류준열은 유연한 배우”

불과 37년 전 현대사에서 일어난 비극이다. 영화 ‘택시운전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일어난 실화를 전한다. 다만 이번에는 관점을 달리 했다. 서울의 택시운전사와 독일기자, 두 외부인이 참담한 ‘광주사태’를 목격한다. 그리고 그들의 입장은 곧 관객들의 시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장훈 감독 /사진=쇼박스




차기작 ‘궁리’(가제)를 준비하던 장훈 감독은 ‘택시운전사’의 연출 제의를 받았을 때 어떠한 끌림을 느꼈다. ‘택시운전사’는 2003년 송건호 언론인상을 수상한 위르겐 힌츠페터의 광주항쟁의 진실 보도 기사에서 출발했다. 제작사로부터 제의를 받고 단 일주일간 고민하고 바로 참여에 나섰다. “김만섭이 내 자신과 동일시 돼서 기억에 남았다”는 게 가장 큰 동기였다. 그리고 장훈 감독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영화는 담담하면서도 가슴 뜨거운 여운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서울의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이 통금시간 전까지 광주에 다녀오면 큰돈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아무것도 모른 채 광주로 가게 된 이야기를 그린 작품.

1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장훈 감독은 “하나의 사건(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해 다른 영화와는 또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영화의 매력을 짚고 대화를 시작했다.

장훈 감독 /사진=쇼박스


-‘택시운전사’ 연출 참여 계기를 설명해 달라.

“2015년 초고와 함께 제안을 받았다. 작품이 너무 좋아서 일주일 고민하다가 바로 같이 했다. 우리나라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지 않느냐. 역사적 무게감이 있었다. 전 영화 ‘고지전’ 때 많은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에 이번에도 만들면서 고민을 했다. 시대의 비극을 어떻게 다룰까 고민하면서 중압감에 시달린 것도 사실이다. 일단 나부터 관객의 입장에서 시나리오를 보고서, 김만섭 캐릭터가 가진 인간적인 모습이 내 자신처럼 동일시돼서 기억에 남았다. 주변인들도 너무 인간적이고 따뜻했다. 인물을 따라가면서 보이는 시대를 만들고 싶었다.”

-보통의 작품들과 다르게 택시운전사와 독일기자인 두 외부인의 시선이 중심이 된다.

“만섭과 힌츠페터는 관객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으로 느낄 수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당시 광주는 되게 고립돼 있었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도 몰랐고, 언론도 통제돼 진실을 다르게 알고 있었다. 만약 평범한 만섭 같은 사람이 내려갔을 때 무엇을 느꼈을까를 생각했다. 그게 지금 관객들이 1980년 5월의 광주를 바라보는 시선과 맞닿지 않을까 생각했다. 총 1박 2일의 이야기이지만, 그 뒤로도 27일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관객들에게 사건이 객관적으로 전달됐으면 했다.”

-1980년대 사건이라 윗세대나 주변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도 있을 텐데.

“당시 나는 6살이었다. 그래서 사건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다. 나중에 대학생이 돼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처음에는 충격적이었다. ‘진짜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싶었다. 주위에 자료들을 보면서 광주민주화 운동의 참혹함을 알게 됐다. 요즘 젊은 관객들은 어떨지 궁금하다. 사진들을 보면 너무 충격적인 게 많다. 기록이 너무 처참했다. 영화에서 쓸 수 없을 정도의 처참한 장면도 많았다. 영화를 준비하며 광주 분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어봤는데, 어떤 분은 실제 자기가 경험한 만큼의 센 사건을 다른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 영화는 대중매체이기 때문에 적나라하게 센 부분을 차마 다 다루지는 못 했다.”



-반대를 반대하기 위한 폭압 과정에서 당시 공포감은 극심했을 거다.

“광주에서의 열흘간 상황을 보면서 굉장히 공포감이 많이 들었다. 과연 사람이라는 존재가 뭘까 싶었다. 이해할 수 없는 순간이 굉장히 많았다. 그걸 영화로 적나라하고 잔인하게 보여줄 수는 없지만,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에서 보이는 분위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그 곳에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이 영화로 당시 사건의 전체를 다룰 순 없었고, 이틀만 다뤘기 때문에 인물의 내적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인물 중심의 영화로 봐주시면 좋겠다.”

장훈 감독 /사진=쇼박스


-송강호, 유해진, 류준열의 캐스팅이 무척 절묘하다. 세 배우 특유의 정감 있는 분위기가 당시 정서와 잘 어우러지더라.

“사실 세 배우 모두 캐스팅 0순위였다. 가장 하고 싶었던 배우들이었다. 토마스 크레취만도 그랬다. 캐스팅에서 가장 운이 좋았다. 그 분들은 예상했던 대로 합이 잘 맞았다. 토마스 캐스팅이 되게 어울릴 줄 알았다. 독일과 할리우드 양쪽에 에이전시가 다 있었는데, 독일 쪽에 연락했을 때 ‘아마 안 될 거다’라고 하더라. 토마스가 독일에서는 손에 꼽히는 국민 배우였다. 그래서 추천해 줄 만한 다른 독일배우를 추려달라고 했다. 이후 몇 명 오디션을 봤지만 만족스럽지 않았고, 더욱 토마스가 떠올랐다. 결국 시나리오라도 보내보자고 해서 영문 시나리오를 보냈다. 좋게 보셨는지 만나보자고 하시더라. 그래서 바로 LA로 가서 설득을 했고, 토마스가 작품의 취지에 굉장히 많이 동의를 해줬다. 소위 ‘밀당’하는 것도 없이 바로 출연 의사를 보여줬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친근하게 시간을 보냈다.”

-송강호와는 ‘의형제’ 이후로 두 번째 호흡이다. 그 사이에 달라진 점이 있을까.

“(송강호)선배님은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으신 것 같다. 나는 영화를 시작하기 전부터 선배님의 팬이었다. 영화를 하고 나서도 함께 작업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꿈의 배우’였다. 같이 작업할 줄은 몰랐다. ‘의형제’ 때는 내가 연출 경험이 없다보니까 선배님이 어떻게 연기 하시는지, 선배님의 연기가 얼마나 남다르신지 어리바리하게 받아들였다. 이제는 영화적인 경험을 하고서 선배님을 알게 돼서 더 좋았다. 아는 만큼 보이더라. 그 분의 연기를 너무 설레어했다. 매번 전혀 다른 측면으로 해석을 하고 연기를 한다.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어떻게 가능할까 감탄했다. 컷마다 궁금해지는 배우다. 늘 같이 하고 싶지만, 앞으로도 함께 작업하게 된다면 계속 궁금할 배우이겠다.”

-대학가요제를 준비하는 꿈 많은 광주 대학생, 구재식으로 분한 류준열의 색다른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류준열은 되게 이성적이고 똑똑한 친구다. 처음 만나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게, 유연하더라. 연기에 대한 강박이 없다.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보고 그걸 듣고 흡수해서 연기한다. 얘길 듣는 대로 흡수하고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지가 궁금한 배우다. 캐릭터 잡아가는 부분에서 얘기를 많이 했는데, 바로바로 이해를 하고 표현해서 그 과정이 재미있었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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