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운노조의 무분규 선언은 그래서 의미가 남다르다. 하역중단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하역 서비스 품질을 높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물동량 감소에 직면한 포항항 항만인력과 관련해 노사협의로 구조조정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인력감축 얘기만 나오면 ‘투쟁’을 외치는 노조를 수없이 봐온 터라 신선하기까지 하다. 항운노조처럼 경영환경이 어려울 때 노사합심으로 살길을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나라 노동현장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다. 회사가 아무리 힘들어도 자기 몫 챙기기에 바쁜 노조가 수두룩하다. 해외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하는 상황인데도 6년 연속 파업절차에 돌입한 현대차 노조가 대표적이다. 정치파업도 예사로 여긴다. 그 선봉에는 한국노총·민주노총이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탄생에 기여한 대가를 내놓으라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18일에는 퇴출 대상 공공기관장 10명을 찍어 사퇴를 촉구했다. 법으로 임기가 정해져 있는 공공기관장의 퇴진을 압박하는 것 자체가 초법적 발상이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일자리연대기금 제안을 회사 측이 거부했다는 황당한 명분을 들이대며 파업을 예고했다. 이들에게는 회사도 나라 경제도 안 보이는 모양이다. 항운노조가 무분규 선언을 한 것은 회사가 살아야 노조도 일자리도 있기 때문이다. 양대 노총은 빨리 이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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