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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 Market] AI 협상가의 시대가 온다

이석중 라온피플㈜ 대표

페이스북, 챗봇 학습시켜 실험

결과 위해 '기만 전략' 쓰기도

머지않아 협상 테이블 꿰찰 듯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개시를 공식적으로 요청해왔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재협상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전면 재협상인지 아니면 부분 개정 협상인지 진의 파악이 필요하겠지만 협상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결과가 어떻든 협상이라는 수단을 통해 국가 간 이해관계가 조정될 것이다. 최저임금 협상처럼 이해가 극명하게 갈리는 사안은 물론 소소한 일상에서 외식 메뉴나 영화를 정할 때도 협상이라는 수단이 활용된다.

협상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려면 많은 준비와 다양한 능력이 요구된다. 특히 의도한 바를 논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언어적 능력과 문맥 사이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추론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높은 수준의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그동안 협상은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6월 페이스북이 발표한 논문 ‘협상 또는 결렬? 협상 대화들에 대한 총괄학습’을 보면 인공지능(AI)을 협상가로 모셔야 할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페이스북 연구팀은 협상 당사자를 AI가 탑재된 챗봇으로 정하고 이를 학습을 시켜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챗봇과 사람 또는 챗봇과 챗봇 간 협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실험했다. 협상 당사자에게 가치가 다른 여러 물건(예를 들어 공·모자·책)을 서로 나눠 갖는 ‘멀티 이슈 바기닝(multi-issue bargaining)’ 방법을 적용했다. 자신에게 가치가 작은 물건을 상대방에게 넘기고 가치가 큰 물건은 최대한 많이 가져와야 고득점할 수 있으며,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 양쪽 점수는 모두 0점 처리가 된다. 서로 타협하지 않고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경우 최저점을 주는 방식이며 협상자는 자신이 높은 점수를 받으려 노력해야 한다.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양질의 학습 데이터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실제 사람들이 협상 과정에서 사용한 5,808개 협상 대화 데이터를 아마존 터크(Turk)를 통해 확보했으며 이 데이터를 활용해 챗봇을 학습시켰다. 처음에 사람의 대화를 모방하는 방식으로 학습을 시켰더니 사람처럼 협상하기는 하지만 협상 목표를 극대화하려는 방향, 즉 협상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의 총합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부족함이 있었다.



이에 사람들의 실제 협상 데이터로 챗봇을 학습시킨 후 알파고의 학습방법으로 유명한 강화 학습으로 섬세하게 튜닝하는 방법을 적용했더니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주고받는 대화의 횟수가 10번 이상이면 결렬로 보기 때문에 대화 횟수가 짧은 점을 고려하면, 어느 시점이든 다양한 대화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협상 당사자가 어떻게 대응하더라도 그 시점에서 결과를 극대화할 경로를 찾아낼 수 있었다. 알파고끼리의 대국으로 알파고의 기력이 향상됐듯이 이후 챗봇과 챗봇 간의 협상을 통해 더욱 성능을 개선해나갔다. 나중에는 챗봇과 사람 간의 협상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왔는데, 심지어 많은 사람은 협상 상대방이 챗봇이라는 사실도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챗봇이 협상에서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처음에는 가치가 낮은 물건에 관심이 있는 척하다가 그것을 양보하는 대가로 가치가 높은 물건을 가져오는 ‘기만 전략’까지 사용했다는 것이다. 또 기대하지 않았던 고급스러운 문장을 구사하거나 빼어난 협상 전략을 찾아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논문은 제한적 환경에서의 결과일 뿐이라서 확대 해석하기는 어려우며 현실 세계에서는 대등하지 못한 조건과 환경 및 다양한 변수로 아직 AI 협상가를 쓰기에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AI가 발전되는 속도를 고려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다양한 협상 자리에 AI 협상가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석중 라온피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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