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 대부분이 장밋빛 목표와 전망이지만 대통령선거 공약과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업무보고에다 16만건에 달한 국민제안을 종합했기 때문에 우선 범위가 지나치게 광대하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이 많은 과제를 모두 실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복지국가를 지향하며 내놓은 노령연금 인상, 아동수당 신설 등 시혜성 정책은 과연 현재의 국가재정 상태로 감당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다.
탈원전 등 일부 과제를 국민적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느냐도 문제다. 탈원전의 경우 최근 신고리 5·6 호기 건설이 중단된 상황에서 건설 중단이냐 재개냐를 놓고 공론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탈원전에 대한 국민 여론도 찬반이 팽팽한 상황이다. 앞으로 수십년 동안 국가에너지 정책의 근간이 될 문제를 단임제 정부가 사회적 합의 절차도 건너뛰고 국정과제로 추진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전시작전통제권 문제에 있어서는 비록 문구를 ‘임기 내’에서 ‘조속한 환수’로 수정하면서 시행 시기를 못 박지는 않았으나 여건이 되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고도화를 감행하는 상황에서 우리 방위비 부담을 증대시킬 수 있는 전작권 전환은 추진해도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적다. 남북기본협정 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북이 우리의 대화 제의를 계속 외면하는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아 보인다.
우리는 지난 대선 과정에 여야 후보들의 포퓰리즘 공약 남발을 경계하는 의미에서 공약 구조조정을 당부했다. 불행히도 새 정부 출범 2개월여 만에 나온 100대 국정과제는 대선공약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문 대통령의 5년 임기 동안의 청사진이나 다름없는 국정과제도 ‘정책 소화불량’이 없도록 과감한 정리와 축소가 필요하다. 국정운영도 5년 동안 할 수 있는 일과 한계를 명확히 정하는 것이 일의 시작이라는 점을 청와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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