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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연극으로 만나는 브레히트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포스트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연극을 추구하는 극단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대표 및 상임연출 임형진)이 선보이는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은 브레히트가 1939년에 발표한 작품이지만 이야기의 배경은 독일의 종교전쟁인 17세기의 30년 전쟁이다.





작품에서 30년 전쟁의 기원과 역사적 의미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전쟁터의 군인들을 따라다니며 물건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용기 있는, 하지만 그것이 한편으로는 억척스럽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세 아이를 둔 어머니의 인생과 그 주변의 아이러니가 중요하다. 이것은 결국 우리 주변의 삶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임형진 연출은 브레히트가 이 작품을 썼을 당시에 300년 전의 이야기를 끌어와 전쟁이라는 기형적인 상황 속에서 작동하는 물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지적한 것처럼, 인물 억척어멈을 통해 오늘날 기형화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역설적으로 풀어냈다.

극단 ‘테아터라움’은 연극공간이라는 뜻으로 독일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한 임형진 연출가에 의해 지난 2015년 창단되었으며, 2016년 8월 브레히트의 학습극 두 작품을 각색하여 무대에 소개한 바 있다. 그 결과물은 <동의에 관한 바덴의 학습극 ; 무엇이 당신을 소진시키는가? (Das Badener Lehrstuck vom Einverstandnis ; Warum bist du so mude?)> (2016.8 소극장 혜화당)였다. 이 작품은 음악극의 형태로서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현상들을 그대로 수용하는 특징을 보였다.

연출가 임형진은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속에서 새로운 연극적 시선과 의미를 상호교환하고자 한다. 그 예로 이번 공연은 원제목 뒤에 ‘Capital 01’이라는 타이틀이 추가로 붙었다.‘Capital’은 이 작품을 통해 자본주의의 모순 특히 오늘날의 신자유주의의 폐단을 이야기하고자 함이고 ‘01’이라는 숫자는 극단 테아터라움 철학하는 몸이 브레히트와 포스트드라마의 시리즈를 지속해서 제작할 계획이라는 장기적인 포석을 담고 있다.



세상에 대한 질문, 이것이 곧 브레히트가 관객들에게 던진 질문들의 대부분이었다. 여기에 연출가 임형진은 이번 작품에서 다큐멘터리적 요소와 음악적 요소들을 중심으로 그 질문에 동참하였다. 다큐멘터리 연극은 배우 개인의 기록이 연극과 연결되는 지점에 집중하는 특징을 보인다. 때문에 연출가 임형진의 연극은 브레히트의 작품을 그대로 수용하는 동시에,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의 삶 그 자체를 언뜻언뜻 엿볼 수 있게 하였다.

이것은 관객 스스로의 삶과 맞닿은 지점에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또는 개인의 심리적 갈등을 일으키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여기서 갈등이란 궁극적으로 관객과 배우 자신이 실제로 살아있음을 확인시키는 삶의 증거인 셈이다. 연극은 30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공연된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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