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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고색창연한 古家, 고고한 선비의 절개가...

■ 전통 품은 선비의 고장 경북 영주

'유교 문화의 성지' 소수서원

이황 제자 등 4,000명 유생 배출

죽계천 경자바위엔 붉은 붓글씨

세조 왕위찬탈 저항 숨결 깃들어

350년 역사 간직한 무섬마을

150m길이 외나무다리 감탄 절로

소수서원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강학당에서 유생들이 유가경전을 공부하고 있다.




내리던 비가 그쳐 촉촉해진 땅바닥을 디딤돌 삼아 소수서원 입구로 들어가자 시간은 460년도 더 지난 조선 시대로 돌아갔다. 소수서원 입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강학당에는 7명의 유생이 유가경전을 공부하고 있었다.

강학당은 유생들이 모여 강의를 듣던 곳이다. 최초의 사액서원이자 사방으로 툇마루가 둘러 놓여 있고 배흘림기둥 양식이 특이한 구조인 이곳에 모여 있는 이들의 모습은 조선 시대 유생들과 닮아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소수서원을 찾은 관광객들만이 현재와 과거를 구분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백운동 경자 바위. 단종복위운동을 펼치다 희생 당한 이들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 주세붕 선생이 경자에 붉은 칠을 했다.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정상홍 동양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지난해 3월부터 동양대 한국선비연구원과 소수서원운영위원회가 이곳에서 강학 기능을 복원하면서 수업을 진행하게 됐다”며 “매주 토요일 강학당에서 소학·사서·사서삼경 등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선비문화의 중심지이자 한국 정신문화의 창출지답게 소수서원에서는 선비 정신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현재도 이어지고 있었다. 수백 년도 더 전에 이뤄졌던 수업을 복원하고 선비 정신을 이어가려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소수서원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풍기군수였던 신재 주세붕 선생이 고려말의 유현인 안향 선생의 연고지에다 중종 37년(1542년) 사묘를 세워 선생의 위패를 봉안하고 이듬해 학사를 건립한 백운동서원을 창건하면서 소수서원의 역사는 시작된다.

명종 5년(1550년) 퇴계 이황 선생이 풍기군수로 재임하면서 나라에 건의, 왕으로부터 소수서원이라는 사액을 받게 돼 최초의 사액서원이자 공인된 사립고등교육기관(한국 최초의 사립대학교)이 됐다. 그 이후 이곳에서 퇴계 선생의 제자를 포함해 4,000여명의 유생들이 배출됐다.

유교 문화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소수서원 주변에는 유교 문화의 역사가 깃들어 있다. 소수서원을 둘러싸고 있는 죽계천에 자리 잡고 있는 취한대는 퇴계 이황과 그의 제자들이 시를 짓고 풍류를 즐겼던 곳이다. 경내에는 국보 제111호인 안향 초상과 보물 5점, 유형문화재 3점을 비롯한 유물·전적 등이 소장돼 있을 뿐 아니라 서원의 역사와 기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유교 문화의 도장으로 그 기능을 다하고 있는 사료관도 자리하고 있다.



선비 정신의 으뜸이 절개인 만큼 세조의 왕위 찬탈에 맞서다 희생당한 비극의 현장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우선 취한대 옆으로는 백운동 경(敬)자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세조 3년(1457년) 10월 단종복위 거사 실패에 따라 이 고을 사람들은 정축지변(세조가 단종임금을 내쫓고 왕의 자리에 오르자 세조 3년 그의 친동생인 금성대군이 반대해 영주로 유배를 와 단종복위운동을 펼치다 사전 탄로로 많은 이들이 희생된 사건)으로 희생당했다. 이들의 시신이 이곳 죽계천에 수장되면서 밤마다 억울한 넋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는데 당시 주세붕 선생이 원혼들을 달래기 위해 ‘경’자에 붉은 칠을 하고 정성 들여 제사를 지냈더니 울음소리가 그쳤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단종복위 운동에 연루된 금성대군 신단도 소수서원 근처에 있다.

죽계교를 건너면 곤충 만들기, 목공예, 한지 공예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선비촌이 나온다. 여행하다 출출하면 저잣거리에서 영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인삼 쌀맥주도 즐길 수 있다.

영주 무섬 마을. 9채의 가옥이 경북문화재자료 및 경북민속자료로 지정돼 있으며 역사가 100년 넘는 가옥도 16채나 남아 있다.


영주의 색다른 멋을 즐기고 싶다면 영주의 전통마을인 무섬마을을 찾으면 된다. 선비 정신이 흐르는 소수서원을 벗어나 차로 30분쯤 달리면 약 350년의 역사를 간직한 영주 무섬마을이 나온다.

150m 길이의 외나무다리를 관광객들이 조심스레 건너고 있다.


마을을 휘감아 도는 강을 따라 은백색 백사장과 낮은 산의 아름다운 자연이 고색창연한 고가와 어우러져 고즈넉한 풍경을 자아내는 곳이다. 태백산에서 이어지는 내성천과 소백산에서 흐르는 서천이 만나 산과 물이 태극 모양으로 돌아 나가는 형세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섬과 같다고 해서 무섬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150m 길이의 외나무다리를 관광객들이 조심스레 건너고 있다.


9채의 가옥이 경북문화재자료 및 경북민속자료로 지정돼 있으며 역사가 100년 넘는 가옥도 16채나 남아 있다. 마을의 어느 집이든 숙박이 가능하다. 당일치기로 방문한다면 무섬 마을의 대표 관광지인 외나무다리는 꼭 건너봐야 한다. 150m 길이의 외나무다리는 사람 한 명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다. 강 중간 지점부터 유속이 빨라지고 지나갈 수 있는 다리의 폭도 좁아지면서 무더운 여름 긴장감으로 시원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글·사진(영주)=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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