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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세법개정안 확정]'분배·성장'이 핵심이라더니...경제파이 키울 정책은 쏙 빠졌다

R&D·설비투자 세액공제 확 줄여

대기업 稅부담 年 5,500억 증가

中企엔 고용증대 세제 신설 등

年 6,000억 稅감면 '분배 올인'

증세도 소득 상위 1%에 집중

자원배분 왜곡 우려 목소리도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은 양극화를 푸는 것과 기업을 뛰게 하는 등 경제 파이를 키우는 것, 두 가지 기둥이 핵심입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세법개정안 브리핑을 마친 후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분배를 강화하면서 경제성장도 함께 가져가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정작 2일 발표된 세법개정안을 보면 대표적인 경제성장 촉진 세제라 할 수 있는 대기업 연구개발(R&D) 세액공제 등이 대폭 축소되는 등 성장을 유도하는 정책은 쏙 빠졌다. 반면 “중소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이 부족해 성장이 안 됐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듯 중기에 세제혜택이 집중됐다. 이와 함께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등 ‘상위 1%’에게만 집중된 증세에 따른 세수도 복지재원을 충당하기에 턱없이 모자라 자원배분의 왜곡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전 금융연구원장)는 “분배를 강화하는 정책이 주로 보이고 경제 파이를 키우려는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게 대기업 R&D 세액공제, 설비투자 세액공제 축소다. 두 제도의 공제 축소로 대기업은 매년 5,500억원의 세금을 더 낼 것이라는 정부의 분석이다. 윤 교수는 “경제성장을 이끄는 R&D·설비투자 등을 세제를 통해 장려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기능인데 이를 ‘특혜’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대폭 축소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 슈퍼 호황을 보이는 반도체도 결국 정부 R&D 세제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며 “다른 나라들도 이를 특혜로 보지 않고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신 중기 세제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고용 증대 세제 신설 등으로 연간 6,000억원의 세금 감면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이에 대해 “정부가 상시근로자를 늘리면 2년간 세금을 깎아준다고 하지만 중기 입장에서는 상시근로자를 단 한 명만 늘려도 수년간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세제혜택만 보고 고용을 늘리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중기 세제혜택은 대부분이 내야 할 법인세 총액을 고용활동 등에 따라 깎아주는 것인데 현재 법인세를 내는 중기가 많지 않다는 것도 한계다. 지금도 세금을 안 내는데 세금을 깎아주는 정책이 빛을 볼 가능성이 적다는 뜻이다. 현재 법인의 47%는 중기 특별공제 등으로 법인세를 내지 않고 있다.

여유 있는 계층에만 집중된 증세도 마찬가지다. 소득세 명목 세율 인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근로소득자 상위 0.1%(2만명), 종합소득자 상위 0.8%(4만4,000명) 등이다. 법인세율도 상위 100여개 기업만 대상이다. 과세 대상이 좁다 보니 복지 등 필요 재원에 턱없이 모자라다. 정부는 대기업·고소득자에게 연간 6조2,700억원의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5년간 31조3,500억원이다. 반면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밝힌 소요 재원은 193조원(178조원에 최저임금 보전분 3조원씩 5년치)이다. 자연 세수 증감분 60조원을 더해도 90조원 정도에 불과하다. 예산 개혁으로 조달한다지만 김 경제부총리마저 “각 부처의 예산 요구는 많은 반면 예산 구조조정은 해야 해 여건이 상당히 안 좋다”고 밝힐 정도다.



송 부원장은 “국민이라면, 정부 서비스를 받는다면 조금이라도 세금을 내는 게 좌우 진영을 막론한 대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근소세·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는 근로자·기업이 절반에 육박한 상황에서 이미 누진 정도가 심한 고소득층 세율을 더 올리는 것은 국민개세주의 대원칙에 어긋난다”고 꼬집었다.

자원배분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윤 교수는 “과표 구간이 200억원(세율 22%)에서 2,000억원(25%)으로 한 번에 1,800억원이나 뛴다”며 “세계적으로 법인세의 한 과표 구간이 이렇게 뛰는 곳은 없다. 당연히 22%의 세율을 적용받기 위해 일명 기업 쪼개기(기업 분할)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26개국은 법인세를 단일세율로 운영하고 있다. 기업이 세금 걱정 없이 일단 돈을 벌게 하고 고용이 늘고 경제가 활성화하면 소득세율 등을 높이는 방식으로 세수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이미 3단계 누진제를 운용하는 우리는 정부 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4단계로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도 같다. 이미 올해 5억원 이상 과표 구간 세율을 38%에서 40%로 올렸는데 1년 만에 다시 추가 인상해 조세저항이 커질 가능성도 높다. 세율 수준도 OECD 평균(35.8%)을 약 7%포인트나 웃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세법을 계속 봐온 기재부가 주도해 만든 것이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하는 국회나 청와대가 정치적 목적으로 밀어붙여 경제원리에 어긋나는 정책이 많이 포함됐다”고 해석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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