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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동네 서점이 살아나야 출판 생태계에도 활력 생기죠"

■ '동네 책방' 방문 이벤트 펼치는 소설가 김영하

서울 이태원 '고요서사'부터

부산 금정구 '아스트로북스'까지

전국 책방 찾아 사인회 등 행사

"소설가는 문학적 경험 제공자"

2010년부터 팟캐스트 진행도

최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동네서점 ‘좋은 날의 책방’에서 동네 서점 게릴라를 진행한 김영하 소설가가 책방을 찾은 독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혜진기자




소설가 김영하가 동네책방에 나타났다.

경기도 일산의 동네책방 미스터버티고를 비롯해 좋은 날의 책방(경기 분당), 고요서사(서울 이태원동), 밤의 서점(서울 연희동), 아스트로북스(부산 금정구)…. 지난 2주간 김영하 소설가가 다녀간 책방이다. 그는 ‘어쩌다 찾은 동네에 동네 책방이 있다면’이라는 발상으로 특정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동네책방을 찾는다. 일종의 게릴라 이벤트처럼 오전에 방문 계획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 당일 책방을 찾은 독자들과 가벼운 스킨십을 나눈다.

최근 동네서점 ‘좋은 날의 책방’에서 만난 김영하 소설가는 “작은 서점들이 살아나야 도서관 등 책을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들이 잘 된다”며 “동네 서점이 주민들에게 알려지고 책을 가까이서 접할 기회가 더 늘어났으면 한다”며 프로젝트의 취지를 밝혔다. 당일 해당 서점에는 대형서점 사인회에서나 볼 수 있는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나타나자 붐비는 사람들로 축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가 방문하는 동네 책방은 주로 소규모·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다양성 서점’이다. 잘 팔리는 책이 아니어도 매대에 진열하고 주인이 직접 고객과 소통하며 독서클럽을 열거나 저자와의 대화를 주선하는 곳이다. 책 생태계의 가장 밑단을 이루는 동네 서점들이 특색있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아야 전반적인 출판 생태계가 튼튼해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작가는 데뷔 시점부터 대중성과 문학성 사이에서 줄타기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문단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1996년 당시 신생출판사였던 문학동네가 주최한 첫 공모전에서 첫 장편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가 당선되면서다. 이후 황순원문학상(2004년), 만해문학상(2007년), 이상문학상(2012년) 등을 수상했고 ‘살인자의 기억법(2013)’을 출간하면서 영화로 치면 대박 흥행에 속하는 10만부 판매고를 올렸다. 이 과정에서 문학동네와 더불어 출판계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동네책방을 응원하는 행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설가라는 직업에 대한 그의 지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는 소설가라는 업(業)에 대해 단순히 소설을 쓰는데 그치지 않고 문학적 경험을 제공하는 사람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문학적 순간을 느끼는 장(場)’만 있으면 형태는 소설이건, 강연이건, 낭독이건 상관없다는 본다. 이 때문에 그는 지난 2010년부터 꾸준히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통해 책을 낭독하고 있고 테드(TED)를 비롯한 다양한 강연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tvN의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에 출연해 문학에 대한 애정과 지식의 깊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평소에 김영하 소설가의 팟캐스트를 꾸준히 듣고 있다는 직장인 선모(30)씨는 “평소에는 대형서점만 갔는데 이번 기회에 동네서점을 찾게 됐다”며 “보유하고 있는 책이나 주인과 소통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종종 찾고 싶다”고 말했다. /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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