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 백악관이 지명한 중소기업청 수석고문을 지낸 맷 와인버그는 이날 허핑턴포스트에 실린 ‘삼성, 소니 2.0 되나(Will Samsung become Sony 2.0)’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삼성의 입지는 최근에 처한 불확실성과 한국의 정치적 격변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와인버그는 서두에서 ‘혁신은 리더와 추종자를 구분하는 잣대’라는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말을 인용한 뒤 “정작 애플의 최대 경쟁사였던 삼성이 이 자명한 이치를 잘 체화시킨 사례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와인버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 수감된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결과가 삼성의 미래에 불가피하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실제로 이번 재판으로 인한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와 경영 공백은 글로벌 리더십에도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북미 사업을 총괄하던 이종석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 핀란드 노키아 계열사의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한 사례로 들었다.
이어 “애플·소니·화웨이 등이 성공적인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가상현실(VR), TV 등의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을 노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때 정보기술(IT) 업계의 성공 모델이던 소니가 약 10년 전 리더십 공백 등으로 흔들렸고 바로 그때 한국과 중국 등의 후발 업체들이 순식간에 소니의 시장지배력을 빨아들였다는 것이다. 와인버그는 “이른바 ‘세기의 재판’으로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는 삼성의 미래는 갈림길에 섰다”면서 “애플·화웨이는 물론 수많은 업체가 곤경에 처한 삼성을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주들도 아직은 심각한 고통을 겪지 않고 있을지 모르지만 삼성이 ‘소니 2.0’으로 전락한다면 그 고통은 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삼성이 리더의 자리를 유지할지 추종자가 될지는 오직 시간이 말해주겠지만 그 향배는 상당 부분 정부 정책과 문재인 대통령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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