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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y-美 대통령들 넘치는 '골프사랑' 왜] 국정 스트레스 ‘풀스윙’으로 훌훌 … “백악관 벗어나 심신 재정비”

사람 없는 한적한 장소로 경호 수월

한달에 수십 달러 내면 무제한 골프

美 대표 서민운동으로 부담도 없어

트럼프, 北과 대치에도 라운딩 즐겨

오바마 잦은 골프로 구설수 오르기도

"골프 안치면 재선실패" 징크스까지

지난달 20일(현지시간) 미국 주저지주 베드민스터에서 개최된 ‘2017 LPGA 투어 US여자오픈’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베드민스터=AFP연합뉴스




아이언 샷을 날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트위터 캡쳐


휴가기간 골프장에서 골프카트를 운전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오크 블러프스=AP연합뉴스


지난 2014년 8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오크 블러프스에 위치한 팜넥골프장에서 퍼팅을 하기 전 라인을 읽고 있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블룸버그


지난 9일 뉴욕의 사업가인 마이크 파지오는 인스타그램에 “오늘은 베드민스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친 환상적인 날”이라며 “우리는 신나게 18홀 게임을 즐겼다”는 글과 함께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휴가지인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골프클럽에서 지인과 라운딩을 즐긴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는 위험 수위의 경고를 날리며 국제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다음날이다. 뉴스위크지는 “나이 들고 부유한 사람이 골프를 사랑하는 것은 특별히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자신이 이끄는 나라가 잠재적인 핵전쟁으로 향하는 상황에서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 사랑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달 베드민스터에서 열린 ‘2017여자프로골프협회(LPGA)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역사상 최초로 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US여자오픈을 관전한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 이날 최종 라운드를 지켜본 그는 대회 우승자인 박성현에게 엄지를 치켜들고 기립박수를 보내는가 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승을 축하한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과 영국·아랍에미리트에 초호화 골프장 17곳을 보유한 트럼프 대통령이 시도 때도 없이 자신 소유의 골프장으로 달려가 클럽을 잡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내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장 내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는 ‘트럼프골프카운트닷컴(trumpgolfcount.com)’이라는 사이트까지 생겨났다. 이 사이트에서는 그가 방문한 골프장의 상호와 방문날짜, 라운딩 횟수, 라운딩 동반자 등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사이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현재까지 즐긴 라운드 횟수는 총 22회에 달한다. 현지 매체들은 이 같은 속도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 좋아하기로 소문났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물론 다른 전임 대통령들의 라운딩 기록을 깨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지적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골프 횟수는 임기 8년 동안 총 333회인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처럼 골프를 자주 치고 재선에 성공한다고 가정하면 8년간 약 680회의 라운딩을 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 트럼프나 오바마만 골프에 빠진 것은 아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대부분 ‘골프광’으로 통했다. 20세기 최초의 대통령인 27대 윌리엄 태프트 전 대통령 이후 총 18명의 역대 미 대통령 가운데 골프를 치지 않은 대통령은 지미 카터, 허버트 후버, 해리 트루먼 등 3명뿐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3명이 모두 재선에 실패하는 바람에 워싱턴 정가에는 ‘골프를 치지 않으면 재임에 실패한다’는 징크스까지 생겨났다.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은 재임 8년간 총 1,000회 이상의 라운딩을 했으며, 심지어 한겨울에도 골프장을 찾을 정도로 골프에 심취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대통령도 800회 이상 라운드에 나간 대표적인 골프 애호가였다. 제35대 대통령인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은 핸디캡 8의 실력을 갖춘 최고의 실력자로 꼽힌다. 골프광이었던 전임자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얼간이 대통령’으로 비판했던 케네디는 사진작가나 구경꾼의 눈에서 벗어나기 위해 총 18홀을 다 돌지 않고 5~11개의 홀만 돌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만성 디스크로 고생했지만 티칭프로를 백악관으로 불러 개인지도를 받을 정도로 골프에 열중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빼놓을 수 없는 골프광이다. 그의 재임 8년간 라운딩 횟수는 총 400회로 38도를 웃도는 무더위나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골프를 즐겼던 것으로 유명하다. 다행히 그의 골프 사랑은 긍정적 이미지로 받아들여져 2005년 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 설문조사에서 그는 ‘골프를 함께 하고 싶은 대통령’ 1위에 꼽히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들이 이처럼 하나같이 골프를 즐기는 것은 무엇보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이끄는 지도자로서 감수해야 할 막대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과중한 업무의 피로를 풀기에 푸른 잔디에서 느긋하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인 골프는 안성맞춤이다. 인파가 몰리는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경호도 수월하다. 더구나 미국에서 골프는 서민적인 운동으로 분류된다. 전 세계 3만4,000여개 골프장 가운데 미국 내 골프장 수만도 1만6,000여개에 달해 한 달에 수십달러만 내면 무제한으로 골프를 칠 수 있는 곳이 미국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골프를 사랑하는 이유에 대해 “골프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라며 “대통령도 맑은 공기와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골프회동을 하기도 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친한 사람들과 바깥에서 골프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잦은 골프 라운딩을 비판하는 언론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이유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장 행보가 거센 비난을 받는 것은 특유의 ‘밀실주의’ 때문이라는 것이 현지 언론들의 지적이다. 공식 소통의 자리인 기자회견에 매우 인색한 것과 달리 비공개 골프 라운딩이 지나치게 잦다는 것이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오바마와 트럼프 두 대통령 모두 골프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기적으로 라운딩에 동참한 사람들을 공개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반복되는 요청에도 일절 공개하지 않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지적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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