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가 회사 몰래 지인에게 차를 빌려줘 불법운영을 했더라도 책임을 택시운송회사에는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나왔다.
1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장순욱 부장판사)는 A 택시회사가 서울 양천구청을 상대로 "과징금 90만원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A사에 소속된 기사 B씨는 지난해 6월 19일 택시 운전 자격증을 가진 지인 C씨가 개인적 볼일을 보기 위해 택시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들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C씨가 볼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도중 손님을 태우는 영업행위를 하며 벌어졌는데, C씨는 앞 차량과 충돌하는 교통사고도 내면서 사건에 휘말린 바 있다.
현재 관련법에 따르면 택시회사는 소속 운전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운송사업용 자동차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는데, 양천구청은 관련 신고를 받고 A사에 과징금 90만원을 부과했고 이에 A사는 "회사가 직접 택시를 빌려주지 않았다"며 과징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재판부는 "C씨에게 빌려준 택시는 A 택시회사의 지배영역을 벗어나 온전히 B씨의 지배 아래에 있었던 상태"며 "택시회사의 의무 해태(과실)를 탓할 수 없는 경우로 과징금 부과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으며 "B씨는 개인적 용도에 사용하라는 취지로 택시를 빌려줬다"며 "B씨는 물론 A 택시회사는 C씨가 택시 영업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는 "A 택시회사는 소속 기사에게 배차받은 차량을 타인에게 대리해 운전하게 하는 행위가 금지대상이란 점을 교육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묵시적으로라도 이번 사건을 용인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연합뉴스]
/김경민 기자 kkm261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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