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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7일의 왕비’ 고보결 “박민영-연우진-이동건, 프로들의 모임 다웠다”

보통의 조선 여인과 꽤 달랐다. 남장과 자객까지 감행한 이 인물의 사연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유발했다. 배우 고보결이 연기한 KBS 2TV 드라마 ‘7일의 왕비’(극본 최진영, 연출 이정섭) 속 윤명혜는 훈구대신 박원종의 조카이면서 당초 상단의 행수였다. 이후에는 죽어가는 이 역을 살려낸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고, 이역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뒤에서 은밀하게 힘썼다.

배우 고보결 /사진=서경스타 DB




윤명혜는 반정을 도모하는 인물로 어딘가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풍기는가 하면, 이역을 짝사랑하는 순수한 여인의 속내까지 다양하게 지니고 있었다. 고보결은 침착하게 윤명혜에 젖어들어 입체적인 인물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7일의 왕비’는 고보결의 재발견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데뷔 7년차 그간의 캐릭터들 중 가장 압축적이고 돋보였던 순간이었다.

‘7일의 왕비’는 단 7일, 조선 역사상 가장 짧은 시간 동안 왕비의 자리에 앉았다 폐비 된 비운의 여인 단경왕후 신 씨에 초점을 맞춰 그와 중종, 그리고 연산군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작품. 지금까지 주목하지 않았던 인물 단경왕후의 삶과 사랑을 역사적 사실과 상상력의 조화로 그렸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에서 서울경제스타와 고보결이 만났다.

배우 고보결 /사진=서경스타 DB


-‘7일의 왕비’에 애정이 많아보였다. 종영이 많이 아쉬웠을 것 같은데...

“나에게 너무 뜻깊고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을 준 드라마였다. 처음 시작하는 사극이기도 했고 좋은 출연진들과 좋은 감독님 밑에서 명혜를 연기한 것은 대단한 영광이었다.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그만큼 애정도 있었고 추억할 수 있었던 시간이 많았다. 시청률과는 상관없이 끝까지 지켜봐주시고 지지해주셨던 팬 분들 덕에 좋은 드라마를 만들었던 것 같다. 그 덕에 마지막 시청률도 상승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끝까지 놓치지 않고 했다는 걸 알아주셨다는 것 같았다. 뿌듯하고 아쉽기도 하고 감사했다.”

-윤명혜라는 인물이 남장부터 자객까지 굉장히 다층적인 외면과 미스터리한 내면을 가지고 있었다

“남장을 한 번쯤 해보고 싶었다. 되게 재미있을 것 같았다. 나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자객까지 다양하게 하면서 튀어 보일까봐 염두 했다. 하지만 당위성을 놓치지 않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왜 갑자기?’라는 반응은 안 들었다. 흐르는 서사대로 잘 따랐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다. 첫 사극인데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해봤다. 평소 하는 게 아니라 어색해 보일까봐 걱정도 했는데 별 탈 없이 자연스럽게 넘어간 것 같다.”

-주인공 신채경(박민영 분), 이역(연우진 분)과는 또 다른 감정선 표현이 난해하진 않았나?

“그저 명혜로서 살아진 거 같다. 캐릭터에 몰입하면서 외롭기도 했다. 그걸 환기시키고 싶기도 했는데, 명혜가 느꼈을 법한 허탈감, 상실감을 그대로 두었다. 종방까지 명혜로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있었고 그걸 연기에 녹여냈다. 다행히 작가님께서 서사도 넣어주셔서 이해가 안 된 채 연기를 하지는 않았다. 당위성이 모두 느껴졌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캐릭터 이해법’을 많이 터득했을 것 같다

“나에게는 16부작이었지만 그 동안 긴 호흡으로 극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역은 처음이었다. 그 인물로 살아가는 게 어떤 건지 많이 느끼는 시간이었다. 몰입이 확 되더라. 명혜로 몰입하면서 그 아픔을 알고나니 평소에도 잘 못 웃게 되더라. 몰입을 하면 연기에 대한 당위성이 저절로 생기고, 그렇게 해야 나오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함께한 언니 오빠들을 보면서도 많이 공부가 됐다. 방법적인 면에서 많이 알게 됐다.”

-대부분의 촬영을 여름 무렵 산 등 로케이션으로 하느라 고생도 많았겠다

“진짜 더웠다. 폭염주의보 문자가 휴대폰에 울리는 데 그 곳 촬영장을 향해 내가 가고 있는 거다.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다. 의상도 거의 얼굴만 내놓는 한복이다 보니 더 더웠다. ‘달비’라는 뒷 가발을 달고 있으니 머리, 뒷목이 뻐근하기도 했다. 그래도 가채를 안 쓴 게 다행이었다. 촬영하다 사우나를 간 건 처음이었는데, 사극이라 생길 수 있던 추억이었던 것 같다. 덥고 힘들었지만 그만큼 스태프, 배우들과 단결력도 생겼다. 오히려 더 집중하려 노력했다.”

배우 고보결 /사진=서경스타 DB


-명혜는 마지막에 이역을 돕기 위해 외숙부 박원종의 부패를 폭로하는 ‘사이다’ 활약을 한 후 퇴장했다

“나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배우들끼리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 만족도가 높았다. 의견들은 다르겠지만 최선의 선택이었다. 작가님께서 명혜에게 멋있는 선택을 하게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했다. 시청자들에게 욕을 듣다가 사이다로 끝맺음 했다. 시청자들께서도 ‘네가 결국 해냈구나’라고 해주시더라. 기분도 좋았고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던 결말이었다. 애잔하고 여운이 길게 남을 수 있는 드라마였던 것 같다.”



-하지만 평균 5~6%(닐슨 코리아)로 시청률 면에서는 성적이 아쉬웠을 것 같다

“나도 아침마다 시청률을 확인하고서 촬영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우려도 했다. 그럼에도 모두들 전혀 그런 내색 없이 더욱 집중하는 분위기였다. 끝까지 놓치지 않은 모습이 굉장히 프로다웠다. (박)민영 언니, 다른 오빠들(이동건, 연우진)도 정말 집중도와 몰입도는 짱이었다. 우리가 NG가 잘 안 난 팀이었는데, 다들 철저하게 준비하고 몰입한 게 요인이었던 것 같다. ‘프로들의 모임’ 같은 느낌이었다.”

-그 밖에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옥사 신에서의 촬영이 기억에 남는다. 당시에 너무 더웠다. 횃불을 여러 개 피워놔서 머리가 띵하기도 했다. 세트장에서 나와 환기를 할 때 민영언니가 콧물이 시커멓지 않냐고 하더라. 나중에 정말 우리들끼리 코를 확인해보니 시커멓게 변해있었다.(웃음) 다들 고생을 많이 했다. 내용 면에서 웃기 힘든 극이었는데 촬영은 재미있게 했다. 특히 민영언니를 포함해서 감정적으로도 많이 소모되기도 하고 쳐질 수 있었지만 다들 좋은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촬영했다.”

-박민영에 대한 애틋함이 보인다

“‘7일의 왕비’가 여자출연진이 많지 않았는데 언니와 신이 많이 붙지는 못해서 아쉬웠다. 그래도 만날 때마다 ‘잠은 잤어?’라며 안부인사도 했다. 우진 오빠만의 인사법은 ‘서울에서 왔니?’였다. 우진 오빠는 지방 촬영장에서 계속 상주하셨다. ‘나는 조선인이다’라는 느낌으로 말씀하셔서 되게 재미있었다. 오빠가 선비 말투로 점잖게 개그를 치신다. 좋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언어유희를 즐기셨다. 되게 화기애애했다. 모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다들 연기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연기에 대한 집중이 좋아서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것 같다.”

배우 고보결 /사진=서경스타 DB


-2PM이 아닌 연기자 찬성은 어땠나?

“나는 애초부터 연기자로서 찬성을 바라봤다. ‘황찬성’보다 ‘서노’ 자체로 바라봤다. 연기에 대한 욕심도 있고 연극이랑 같이 촬영하느라 스케줄적으로 힘들었을 텐데도 힘든 내색을 안 내더라. 씩씩하게 해냈다. 호흡이 되게 좋았다. 주고받는 감정이 많았는데 아주아주 좋았다. 초반에 친해지지 않았을 때 서노를 때리는 신이 있었는데, 내가 미안해하니까 쿨하게 ‘편하게 해’라고 해주더라. 자기는 드라마마다 맞아왔다면서 괜찮다고 하더라. 그런 면에서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듬직했다. 워낙 방송을 많이 하셔서 드라마 환경에도 적응을 잘 하셨다.”

-‘7일의 왕비’를 통해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이 드라마를 하고 성숙해졌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명혜로서 마음고생을 해서 그랬던 것 같다. 명혜가 마음적으로 성장하면서 나도 성장한 것 같다. 그게 연기로 이어진 것 같다. 좋은 선배님, 감독님과 만난 것도 행운이었다. 큰 경험치가 됐다.”

-다음 작품에서 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면?

“지금까지 짝사랑만 하는 역할이었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도 아예 바로 결혼을 해버린 역할이었다.(웃음) 이번에는 사랑을 해보고 싶다. 청춘 로코가 좋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끝까지 응원해주셨던 팬 여러분들 덕에 쉽지 않은 환경에서 끝까지 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배우 고보결도 좋은 작품에서 좋은 캐릭터로 만나 뵐 테니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린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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