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혼게이자이신문은 말레이시아·미얀마·캄보디아 등에서 최저임금 인상 요구가 과열되고 있다며 지나친 최저임금 인상이 현지 진출기업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말레이시아와 미얀마 노조는 50%가 넘는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정부에 요구했다. 말레이 주요 산업을 아우르는 유력 노조 ‘말레이시아 노동조합회의(MTUC)’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 월 1,000링깃(약 26만5,500원)보다 50% 높은 1,500링깃으로 책정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미얀마 노동계도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6% 많은 하루 5,600짯(약 4,680원)으로 올리는 안을 정부에 제시한 상태다.
신문은 특히 양국 정부가 노동계의 요구를 무시하기 힘든 처지라며 내년 임금이 상당 폭 오를 가능성을 제기했다. 말레이의 경우 연내 총선을 앞두고 있어 연임을 노리는 나집 라작 총리가 표심 공략을 위해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미얀마에서도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약속하며 문민정부를 출범시킨 아웅산 수지 국가자문역이 노동계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들 국가 외에도 동남아에서 최저임금은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동남아 각국 수도에서 일하는 미숙련 노동자의 임금은 11~91% 올랐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을 모두 치른 필리핀을 제외하면 인도네시아·태국·캄보디아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은 이미 재계의 요구를 웃도는 6.5%의 최저임금 인상안을 확정했으며 내년 총선을 앞둔 캄보디아에서도 여야가 최저임금 인상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동남아 국가들의 최저임금 인상은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에 진출한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현재보다 50%가량 높아진다면 당연히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지에서 들끓는 임금 인상 요구는 이미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가 최근 임금 부담을 이유로 캄보디아 공장을 폐쇄했으며 올 2월에는 스웨덴 의류 업체 H&M의 미얀마 양곤 공장에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던 직원들이 공장 설비를 부숴 총 7만5,000달러(약 8,560만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변재현·박성호기자 humblenes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