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결과를 두고 프랑스 해운사와 중국 업체 간의 동맹관계, 중국 조선사의 낮은 가격 제시 등이 거론되는 모양이다. 이 같은 요인들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문제는 중국이 수주한 선박이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인데다 수주규모도 세계 최대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인데 기술력이 뒤진다고 여겼던 중국에 고배를 마셨으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중국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고부가선 수주에 나설 공산이 크다. 가격경쟁력에다 해외선사에서 기술력까지 인정받았다는 자신감으로 거세게 몰아붙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잖아도 2~3년 내 중국 조선산업 경쟁력이 한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마당이다. 산업연구원은 그제 보고서를 통해 2015년 36.2%였던 한국 조선업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2025년에는 20%로 곤두박질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금 국내 조선업계를 보면 이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경제신문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의 연구개발(R&D)비가 매년 쪼그라들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2015년 1,100억원에서 지난해 920억원으로 줄었고 올 상반기에는 360억원에 그쳤다. R&D 투자를 독려해야 할 정부는 되레 R&D 세액공제를 줄이려고 하는 판이다.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려면 기술력 격차를 벌려야 하는데 이 상태로 가능할지 의문이다. 업계·정부 모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머리를 맞대고 고부가선박에서 주도권을 유지할 전략을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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