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의 주요 계열사 임직원들에게 집에서 잠자고 있는 ‘장롱폰’을 찾으라는 특명이 떨어졌다. 계열사 전 사업장에서 대대적인 폐휴대폰 수거 캠페인이 벌어진 것이다. 브랜드에 상관없이 거둬들인 결과 1만개 이상의 장롱폰이 들어왔다고 한다. 이처럼 삼성이 장롱폰 수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폐휴대폰에서 유발되는 환경오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다.
실제로 쓰지 않고 방치되는 스마트폰은 해마다 쌓여가고 있다. 매년 발생하는 폐휴대폰은 1,000만대 가량으로 이 중 절반가량만 세상 밖으로 나와 재활용된다고 한다. 장롱 속에 방치돼 있는 것은 스마트폰만이 아니다. 각종 면허와 자격증·신용카드 등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장롱 운전면허’일 것이다. 얼마 전 현대해상이 설문조사를 해보니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바로 운전을 하는 비율이 36.4%에 불과했다.
10명 중 6명이 면허를 따놓고도 운전을 안 하는 이른바 ‘장롱면허족’이라는 얘기다. 이런저런 연유로 장롱 속에 갇혀 있는 전문직 자격증도 많다. 구인난이 심각하다는 간호사 자격증이 대표적이다. 현재 간호사 면허자는 34만 명이 넘지만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18만여 명 수준에 그친다. 비의료기관 종사자 3만 5,000명을 제외하면 12만 4,000여 명의 면허가 장롱에 있는 것이다. 서울 대형병원으로의 쏠림에다 열악한 근무 환경 탓에 장롱면허가 급증하고 있다니 안타깝다.
장롱 이미지로 치면 신용카드도 빼놓을 수 없다. 2013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장롱카드가 다시 불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4분기에 현대카드가 12% 늘어나는 등 ‘빅4’ 카드사에서 1년 이상 거래실적이 없는 휴면카드가 전년에 비해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때문인 모양이다. 휴면카드의 총 규모가 1,000만 장 미만이어서 3,000만 장을 웃돌았던 2011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과당경쟁이 계속되면 안심하기 어렵지 싶다. 업계·당국 모두 2003년 카드대란이 왜 일어났는지를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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