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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 ‘죽사남’ 신성록 “‘반전’ 코믹 연기, 박수 두 번 받게 된 이유”

배우 신성록에게 매 작품은 새로움의 연속이다. 역할이든 연기든 새로움이 더해져야 생명력이 생긴다고. 소신은 통했다.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모습이 아닌 또 다른 신성록을 보여준 덕분에 작품도 배우도 확실히 각인됐다.

신성록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MBC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극본 김선희, 연출 고동선)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배우 신성록이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죽어야 사는 남자’는 초호화 삶을 누리던 왕국의 백작이 딸을 찾기 위해 한국에 도착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그린 코믹 가족 휴먼 드라마. 신성록은 극 중 영부인의 팔자를 타고 태어난 강호림 역을 맡았다. 이지영A(강예원 분)의 남편이자 중동 부자 사이드 파드 알리 백작(최민수 분)의 사위로 등장해 물 만난 코믹 연기를 보였다.

신선한 설정에 맞게 드라마는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였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회는 유독 독특했다. 백작을 포함한 가족들이 비행기를 타고 보두안티아 공화국으로 가던 도중 난기류를 만나 추락했다. 갯벌에 서서 어딘지 모를 섬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당황스러운 표정을 끝으로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배우로서 결말에 대해 다소 당황스러울 수도 있을 법 했다.

“결말을 논할 때쯤에 출연자들은 체력적으로 이미 그로기 상태였어요. 방송 마지막 날 낮까지 촬영을 했거든요. 또 웬만큼 예상하는 범위 내에서 결말이 나와야 의견을 낼 텐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 나왔어요. 결말에 대한 만족을 떠나서 저희 작품이 가는 방향과 맞지 않았나 싶어요. 결말이 아니더라도 내용면에서 아쉬운 부분은 누구나 있을 거예요.”

‘죽어야 사는 남자’는 소위 ‘땜빵 드라마’로 불렸다. 후속 ‘병원선’의 제작이 늦춰지면서 중간에 편성됐고, 24회(1일 2회 방송)라는 평균보다 짧은 회차로 방송이 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첫 방송부터 마지막 방송까지 동시간대 1위 자리를 꾸준히 지켰다. 심지어 마지막 회에서는 시청률 1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참신한 아이디어에 경험 많은 고종선 PD님이 함께하셨잖아요. 코믹과 정서적인 부분이 다 갖춰졌죠. 배우들도 다들 베테랑이에요. 저희도 다 15년 이상씩 이 직업을 해왔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합이 잘 맞았어요. 드라마가 길고 짧은 것은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요. 아, 에너지 소진이 빨리 되기는 했어요. 연장 이야기가 나와도 체력 안돼서 못 간다고 말했죠(웃음).”

배우 신성록이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완벽하게 열린 결말이다 보니 시즌2 제작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신성록은 “시즌1 보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다면 시즌2가 의미 있을까”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어 “캐릭터가 사랑받았고 잘 만들어졌기 때문에 좋은 이야기만 있다면 시즌2를 제작해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다”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역할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강호림이 극 초반 이지영B(이소연 분)과 바람이 나면서 다소 밉상 이미지가 생겼던 것에 대한 변이기도 했다. 그는 “여성분들이 봤을 때는 나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선을 넘지는 않는 친구였다”며 작품 및 역할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털어놨다.



“강호림처럼 평범하고 허황된 꿈을 꾸던 사람에게 백작 장인이 찾아와요. 그런 (강호림의 바람과 딸 정체 혼돈) 설정이나 상황 자체가 흥미로웠죠. 주부 시청자분들이 많으시다보니 바람에 대해 크게 생각하신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무료한 삶에서 잠깐의 판타지였어요. 이후에는 그런 이미지가 무마되고 호림의 원래 매력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해요.”

그의 말대로 강호림은 밉지만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남편이었다. 그래도 아내를 사랑하고 가정을 지키고자 했으며 장인의 앞에서는 마치 종이인형처럼 이리저리 휘둘리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앞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공항 가는 길’, 영화 ‘밀정’에서 신성록을 인상 깊게 봤던 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모습이기도 했다.

“감독님께서 영화 ‘프리즌’ 속 제가 보여드린 약간의 찌질미 때문에 캐스팅하신 것 같아요. 원래 제가 가진 악하거나 젠틀한 모습에서 약간 변화된 면모를 추구하시려는 것 같았어요. 저에게 따로 요구하시는 건 없었어요. 대본 리딩을 하고 나서 그냥 잘 맞는다고 생각하셨나 봐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하는 말을 따로 듣지는 않았어요.”

배우 신성록이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서경스타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조은정 기자


사실 신성록은 코믹 연기를 계속 해왔던 배우다. ‘공항 가는 길’에서도 진지하지만 일상성 속의 코미디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뮤지컬에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몇몇 작품에서 사이코패스나 악역의 이미지가 크게 남았던 것이다. 신성록의 무겁고 진지한 모습에 익숙했던 사람들에게는 이번 작품이 반전으로 다가갔다.

“그래서 박수 한 번 쳐주실 것도 두 번 쳐주시지 않았나 싶어요. 저를 악역으로만 알고 계셨다가 코믹 역할을 유연하게 해내니 놀라워하신 거죠. 딱히 이미지 변화를 꾀하려고 맡은 역할은 아니었어요. 그저 흥미로워서 한 것인데 그 부분을 시청자 분들도 흥미로워 해주시니 저로서는 최고의 찬사였죠. 이런 것이 작품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성록이 ‘죽어야 사는 남자’를 통해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편안하고 일상적인 모습 속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캐릭터를 시청자들이 원했구나하는 것을 의식하게 됐다고.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유니크한 것을 계속해서 꺼내놓지 않으면 배우로서 생명력을 잃게 되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남들이 이미 한 것을 똑같이 다시 하면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의미가 없잖아요. 새로운 것, 다른 상상력이 가미된 것을 할 때 작업 자체에서 의미를 느껴요. 혹시 뻔한 캐릭터를 하게 되더라도 저만의 해석을 넣어 다르게 연기하고 싶죠. 전문직을 연기하는 것도 좋고, 뭐 메디컬이나 장르물도 좋죠. 로코요? 눈에서 꿀 바로 나갑니다(웃음).”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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