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잇단 통상임금 관련 판결로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휴일근로 중복할증’이 이뤄지면 산업계는 그야말로 인건비 폭탄을 떠안을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휴일근로 중복할증은 여야가 지루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을 둘러싼 핵심쟁점 중 하나다.
현재 주당 최대 근로가능시간이 68시간인 것은 ‘1주일에 휴일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정부의 행정해석 때문이다. 법정 근로시간(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12시간)을 합치면 총 52시간이지만 이 행정해석에 따라 휴일에 별도로 16시간을 더 근무해도 무방한 상황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은 이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켜 주당 최대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휴일근로 중복할증은 바로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할 경우 휴일에 근무한 것은 이론적으로 휴일근로와 연장근로를 동시에 한 셈이 된다. 이 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휴일근무에 대해서는 휴일근로수당(통상임금의 50% 가산)과 연장근로수당(통상임금의 50% 가산)을 합쳐 통상임금의 100%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업들이 휴일근무에 대해 통상임금의 2배를 줘야 한다는 얘기다. 통상임금 범위가 늘어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 기업 입장에서는 ‘휴일근로 중복할증’이라는 또 다른 뇌관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과 달리 자유한국당은 이 같은 기업 부담을 감안해 8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현행처럼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하자는 입장이다. 8시간을 넘는 휴일근로의 경우 지금도 통상임금의 2배를 지급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휴일근로 중복할증을 놓고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공개회의에서 민주당의 입장과 보조를 맞추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정기국회에서 관련 논의에 불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휴일근로에 따른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장관의 입장은 무엇이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제가 어떤 얘기를 하면 법안을 추진하는 데 영향력을 미치기에 국회에서 해주시면 좋겠다”면서도 “토요일·일요일도 없이 근로하는 사람에 대해 수당을 100% 가산해야 한다고 본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여야 논의와 상관없이 대법원에 휴일근로 중복할증과 관련한 사건이 계류돼 있다는 점도 변수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관련 사건은 총 14건이며 이 가운데 11건은 하급심에서 중복할증을 인정해 휴일근무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를 가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대법원 판결로 근로기준법 개정 없이 일시에 전(全) 사업장에 휴일근로 중복할증이 이뤄지면 3년 치 소급분을 포함해 적용 첫해에 재계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 규모만 7조5,909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 이듬해부터도 매년 1조8,977억원의 인건비가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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