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이라고 하면 재개발, 부동산 등의 단어가 먼저 떠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면 건축은 삶을 직접적으로 바꿀 수 있는 ‘문화’의 주요한 축이다. 이번 달 서울은 ‘건축 문화’의 도시로 변모한다.
우선 세계 건축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UIA 2017 세계건축대회가 오는 10일까지 서울 코엑스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국제건축연맹(Union of International Architects)을 일컫는 UIA는 UN이 인정한 세계 유일의 건축연합으로 124개국 130만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3년에 한 번인 UIA 세계건축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기는 처음이다. ‘도시의 혼’을 주제로 55개 프로그램이 마련돼 이화여대 ECC를 설계한 프랑스 대표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 등이 기조강연자로 나서고, 서울로7017을 설계한 네덜란드 건축가 위니 마스,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 승효상 등이 기조 포럼에 참여한다. 세계 건축 트렌드를 만나는 기획전과 건축산업전 등의 전시는 코엑스 C홀에서 집중적으로 열린다.
서울시는 아예 9월 첫 주를 ‘서울 도시건축주간’으로 선포해 ‘공유도시’를 주제로 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11월5일까지), 열린강좌와 시민프로그램을 마련한 서울건축문화제(9월24일까지), ‘도시/나누다’를 주제로 34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9월24일까지)를 개최한다. 내용도 탁월하지만 건축 관련 행사인 만큼 개최지 자체가 ‘가 볼만 한 곳’이다. 마포구 성산동 석유비축기지를 문화공간으로 개조한 ‘마포문화비축기지’와 과거의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돈의문박물관마을’이 눈길을 끈다.
행사 기념전 격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3일 개막한 ‘자율진화도시’는 한양 도성에 뿌리를 둔 서울 도심의 변천 과정을 보여준다. 김중업·김수근·승효상·이소진 등 건축가 30여 명이 참여했다. 도심의 현대건축과 종묘·도성·한옥 등 전통 건축이 어우러진 서울의 자연관, 근대도시 모델로 탄생한 강남개발과 세종신도시, 미래형 자율진화도시의 다양한 가능성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1월 12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한국의 현대건축운동을 1987년부터 1997년에 집중해 조망하는 ‘종이와 콘크리트’전을 내년 2월18일까지 개최한다. 이 시기를 한국 현대건축의 출발선으로 보고 당시 발생한 건축집단들이 추구한 이념은 ‘종이’에 남은 유산으로, 건설과 소비 부문의 폭발적 성장은 ‘콘크리트’로 상징해 보여주는 전시다.
인근 아트선재센터는 건축비엔날레 일환으로 ‘스크리닝&토크:서현석-건축영상전’이 열린다. 급속한 근대화를 겪은 서울과 평양, 도쿄의 건축풍경을 볼 수 있는 기회다. 6일까지인 1부에서는 서현석과 안창모 건축가의 공동기획작 ‘잃어버린 항해’와 ‘하나의 꿈’에서 세운상가의 탄생과 평양의 재건과정을, 13일까지인 2부에서는 전후 국가 정체성을 갖추는 과정에서 건축의 역할을 보고 특히 도쿄를 다시 세운 건축가를 ‘단게 겐조’를 통해 만날 수 있다.
DDP에서는 아시아 각국의 다양한 거주 공간을 만날 수 있다. 비엔날레 연계 전시로 36㎡ 크기의 평양 최신 아파트 내부를 재현한 ‘평양전-평양살림’이 열리고 디자인 순회전 ‘컨플러스·20+’에서는 홍콩의 악명 높은 ‘닭장 아파트’에 대응해 초소형 집을 구상한 게리 창의 ‘콤팩트 홈’을 볼 수 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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