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2강 판도가 요동칠 조짐이다. 이정은(21·토니모리)과 김지현(26·한화)이 상금랭킹 1·2위를 지키고는 있지만 뒤쫓는 선수들과의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달아나려는 이 둘과 ‘맹공 모드’에 들어선 3인방 오지현(21·KB금융그룹), 김지현(26·롯데), 고진영(22·하이트진로) 간의 추격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7일부터 나흘간 경기 가평베네스트GC(파72·6,538야드)에서 열리는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이수그룹 제39회 KLPGA 챔피언십(총상금 8억원)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지난주 한화 클래식(총상금 14억원)을 시작으로 다음주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으로 이어지는 ‘잭팟 시리즈’의 두 번째 무대이자 KLPGA 투어 최고 전통의 대회. 상금이 큰 만큼 이번주 결과에 따라 기존 2강과 추격조 3인방의 희비가 뚜렷하게 엇갈릴 수 있다.
이미 지난주 한화 클래식에서 한 차례 큰 파도가 일었다. 오지현이 우승상금 3억5,000만원의 주인공이 되면서 상금 8위에서 3위(6억3,400만원)로 점프한 것. 이정은과 김지현(한화)은 각각 공동 23위와 공동 39위에 그쳐 많은 상금을 보태지 못했다. 현재 상금은 각각 7억8,000만원과 7억원. 오지현이 이번주 우승상금 1억6,000만원마저 챙기고 이정은이 아주 부진하면 상금 1위가 오지현으로 바뀔 수도 있다.
오지현은 라운드당 퍼트 수 29.53개로 이 부문 최소 2위(1위는 조정민)를 달릴 만큼 최근 퍼트 감이 좋다. 드라이버는 “정확도에 치중하는 사이 흐트러졌던 샷이 스윙 스피드를 높이는 훈련을 통해 다시 안정됐다”는 설명이다. 260야드를 거의 똑바로 날린다. 여기에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스스로 “성숙하고 성장했다”고 느끼는 데서 오는 자신감도 한몫하고 있다. 오지현은 ‘메이저 퀸’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안고 2주 연속 우승 사냥에 나선다.
롯데 소속 김지현의 소리 없이 강한 도약도 주목할 만하다. ‘한화 김지현’과 동명이인이라 ‘김지현2’로 협회에 등록된 그는 시즌 승수는 1승이지만 상금 5위(4억9,900만원)까지 올라와 있다. 지난주 막판 스퍼트로 단독 2위를 차지하는 등 톱10 6차례의 꾸준한 성적을 앞세워 상금 몰이를 하고 있다. 꾸준함의 비결은 역시 정확성. 드라이버 샷 거리가 242야드로 71위에 처져 있지만 페어웨이 안착률은 83%로 2위다. 러프에 빠지면 배로 곤란한 메이저 코스의 특성상 김지현의 2주 연속 활약을 기대해볼 만하다.
드라이버 정확도로 따지면 첫손가락은 단연 고진영의 몫이다. 248야드(29위)의 드라이버 샷을 85%(1위)는 페어웨이에 안착시킨다. 아이언 샷의 그린 적중률도 79%로 1위. 오랜 기간 매달려온 스윙 교정이 완성 단계로 접어드는 분위기다. 한화 클래식에서 3위를 차지한 고진영은 올 시즌 톱10에서 벗어난 대회가 5개뿐일 정도로 견고한 경기력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최근 3개 대회 성적은 우승-12위-3위. 상금랭킹을 6위(3억5,700만원)까지 끌어올린 그는 평균타수 1위 이정은(69.80타)과의 격차도 0.1타로 좁혔다. 고진영은 자신의 강점을 얘기해달라는 요청에 “드라이버 샷 거리가 많이 나가는 편이 아니고 다른 샷도 엄청나게 좋은 선수는 아니지만 모든 클럽을 실수 없이 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고진영은 김민선·김자영과 같은 조로 5일 정오 1번홀을 출발하고 김지현(롯데)은 한화 김지현, 상금 4위 김해림과 오전8시30분 10번홀 출발이다. 김해림은 내년부터는 주 무대를 일본으로 옮긴다. 오지현은 오후12시10분에 이정은·배선우와 함께 1번홀부터 나선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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