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 기도’를 저지하겠다며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5일 청와대를 항의 방문했다. 장외투쟁에 들어간 한국당 의원 80여명은 이날 오후 2시 15분께 버스 3대에 나눠타고 청와대 경내로 들어간 뒤 영빈관에서 대기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과 면담이 불발된 것은 물론 임종석 비서실장도 만나지 못했다.
당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장인 김태흠 최고위원은 청와대 경내 별도 장소에서 전병헌 정무수석을 만나 대통령과 비서실장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소득은 없었고 경내로 들어간 지 약 30분 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대통령 면담이 무산된 한국당 의원들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 모여 ‘공영방송 탄압하는 문정부 각성하라’, ‘안보무능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 무엇이냐’ 등의 구호를 수차례 외친 뒤 국회로 돌아와 다시 의원총회를 열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청와대 항의방문을 마친 뒤 “문 대통령이 워낙 소통을 강조하는 만큼 대통령께서 직접 야당 의원들을 면담하고 국민에게 안심시킬 말씀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대통령이 야당 의원을 설득하기는커녕 면담도 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것으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영빈관에 입장한 후에 비서실로부터 대통령 면담은 어려울뿐더러 비서실장도 나오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정무수석을 만나고 가는 게 어떻겠느냐는 언질을 받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저희의 입장을 두번이나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청와대를 항의 방문하기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 고용노동청을 방문해 김영주 장관과도 면담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김 장관이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청구에 대한 보고를 직접 받고 승인했는지와 지난 1일 방송의 날 당일 체포영장 발부 사실을 사전에 알았는지 등을 추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9월 1일이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한데 고용노동부가 그런 일을 했겠느냐”면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제게 많이 화를 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장관 자격이 없다”며 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고 일부 의원들은 책상을 손바닥으로 내리치기도 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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