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으면서 미성년자의 형사처벌 수위를 낮출 수 있도록 한 소년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면 청소년이라도 관용을 베풀 필요가 없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3일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코너에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미성년자의 형사처벌 수위를 감경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5일 오전만 해도 7만~8만명가량이 동의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위주로 가해 학생들의 형량이 소년법 규정 때문에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면서 시민들의 관심이 급증했다. 그 결과 반나절 만에 5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몰려 총 13만명 이상이 동의했으며 유사한 취지로 올라온 청원까지 포함하면 약 16만명의 시민들이 소년법 폐지에 동의를 표했다.
시민들은 댓글을 통해 “폭행을 저지르는 청소년들은 처벌이 약하다는 것을 미리 인지하고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소년법을 폐지해야 이들이 가벼운 형을 살고 나와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드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행 소년법은 중범죄라 해도 징역 15년을 최고 형량으로 제한하고 있다.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인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는 형사처벌 없이 보호관찰, 사회봉사 명령 등 보호처분으로 대신한다. 살인 등 특정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징역 20년까지만 선고할 수 있다. 실제 최근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인 김모양 역시 직접 초등학생을 살해했음에도 검찰은 소년법에 따라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2013년 이후 학교폭력 적발 및 조치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이후 학교폭력으로 검거된 인원은 6만3,429명에 이른다. 2013년 1만7,385명이던 학교폭력 사범은 2014년 1만3,268명, 2015명 1만2,495명으로 조금씩 줄다가 지난해 1만2,805명을 기록하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전체 학교폭력 사범 중 구속된 인원은 649명에 그쳤다. 이는 전체 학교폭력 사범의 약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과거보다 성숙해졌고 국민들의 법 감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형사처벌 가능 연령대를 낮추거나 최대 형량에 대해 재량 범위를 넓히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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