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1일 김이수 헌재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을 추진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물론 보수 기독교계가 맹렬한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각각 ‘임명동의’, ‘반대’를 채택하고 있다. 현재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몸값을 올릴 수 있는 기회로 보이지만 속내는 다르다.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기독교로부터 임명동의 반대를 압박하는 ‘문자 폭탄’이 쏟아지고 있는 탓이다. 박지원 의원의 경우 최근 문자폭탄을 6,000개나 지우기도 했다. 견디다 못한 다른 국민의당 의원들도 휴대폰을 꺼놓고 있을 정도다.
기독교계의 극렬한 반대는 김 후보자가 과거 군대 내 동성간 성행위를 처벌하는 군형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견디다 못한 국민의당 일부 의원들은 6일 민주당의 공개적인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조배숙·이용호·이동섭·장정숙·최도자·최명길 등 국민의당 의원 6명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민주당은 군내 동성애 행위 처벌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요즘 국민의당 의원들은 동성애 합법화에 반대하는 국민으로부터 하루 수천 통의 ‘김이수 반대’ 문자폭탄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정작 문자폭탄이 투하돼야 할 곳은 후보자를 지명한 청와대와, 시종 찬성 입장인 민주당”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민주당은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또 비난은 피하면서 인준이라는 과실만 취하려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군형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김 후보자의 입장에 동의하는지, 입장을 명확히 밝히라”고 비판했다.
현행 군형법 92조의6은 ‘군인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군인이더라도 당사자가 합의를 했다면 이성간 성관계는 처벌할 수 없는 것과 달리 동성애에 대해서는 강제적인 성관계가 아닌데도 사법 처리하도록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법은 ‘국내에서 유일한 동성애 처벌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 법에 대해 시민단체 등에서는 ‘동성애를 처벌하는 명백한 헌법 위반’으로 성적 자기결정권,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아직 국민 여론을 보면 ‘군기확립을 위해 필요한 법’이라는 의견이 더 많다. 헌재에서도 군 부대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2002년, 2011년, 2016년 3차례에 걸쳐 모두 합헌 결정했다.
기독교계가 우려하는 대목은 사회 변화와 맞물려 해당 합헌 결정이 나올 때마다 ‘반대’ 의견을 내는 헌재 재판관 수가 ‘2명→ 3명→4명’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재판관 가운데 2명이 더 ‘반대’ 쪽에 서면 이 법은 위헌 결정을 받게 된다. 특히 차기 헌재소장으로 낙점된 김 후보자가 지난해 해당 법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내면서 기독교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그는 자발적 합의에 의한 음란 행위와 강제성이 강한 폭행·협박에 의한 추행을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형벌조항에서 동등하게 처벌하도록 한 점, 남성간의 추행만이 대상인지, 아니면 여성간이나 이성간의 추행도 대상인지 모호한 점 등을 ‘반대‘ 의견의 이유로 들었다. 김 후보자가 헌재소장이 될 경우 해당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에 힘을 받을 것이라는 성소수자들의 기대감은 높아질수록 기독교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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