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업계가 포춘 500대 기업 리스트에서 순위가 추락했다. 그러나 생명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전반기가 막 지났지만, 2017년은 이미 전통 소매업체들에게 기록적인 한 해가 되고 있다. 물론 그들이 원했던 방향은 아니다. J.C. 페니 J.C. Penney 와 메이시스 Macy s , 시어스 Sears 처럼 미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들은 끔찍한 크리스마스 시즌 성적표를 신고하며 한 해를 시작했다. 그 후 수백 개의 매장 폐업을 발표했다. 랠프 로런 Ralph Lauren 에서 스테이플스 Staples 에 이르기까지, 유명 기업들도 똑같은 전철을 밟으며 5월 중순까지 2,770개나 되는 매장 문을 닫았다. 크레디트 스위스 Credit Suisse 는 지난 4월 ‘올해가 2000년대 후반 대침체기 이후 가장 많은 수의 매장 문을 닫은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곧 이어 파산하는 기업들도 나왔다. 한 때 잘나갔던 리미티드 Limited , 페이리스 슈소스 Payless ShoeSource , 라디오섀크 RadioShack 등이 대표적이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S&P Global Market Intelligence 는 지난 5월초 역대 최고치인 18개의 소매업체 파산을 발표했다. 2016년 전체와 비슷한 규모다. 그리고 ‘대학살’은 포춘 500대 기업 리스트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누구나 아는 메이시스 와 시어스, 콜스 Kohl‘s 모두 순위가 급락했고, 게임스톱 GameStop (19위 하락해 321위)과 딜러드 Dillard’s (37위 하락해 417위)처럼 고전을 면치 못한 기업들도 마찬가지 신세였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은 업계 전반이 붕괴되고 있는 전조일까? 그렇지는 않다. 미 상무부 (Department of Commerce) 데 이터에 따르면, 올해 첫 4개월 간 소매업계 매출은 2016년 동기 대비 3.6% 상승했다. 미국소매협회 (National Retail Federation)는 낮은 실업률과 주식시장 호황 덕분에 올해 성장률이 더 높아질 것 이라 내다봤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소비패턴이 변했다. 다시 바뀔 것 같지도 않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업체들은 더 많은 고통을 겪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소비자들이 할인에 중독됐다는 점이다. 아마존이 등장하고, 스마트폰이 쇼핑 기기로 부상하면서 소매업체들이 끝없는 가격 경쟁에 뛰어 들어왔다. 이로 인해 최소한의 역량을 갖춘 점포에게 견딜 수 없는 압력이 가중됐다.
온라인으로의 소비 이동은 곧 미국 전역에 포진해 있는 쇼핑몰과 초대형 상점의 수요 하락을 의미했다. 미국은 유럽과 비교할 때, 소매업체 매장의 1인 당 제곱 미터가 거의 두 배나 더 크다. 유지 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매장을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른 단 점은? 많은 소매 공급망이 유행에 뒤처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자의 국지적 취향을 따라잡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피해를 입은 기업들 간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의류업체와 백화점이 유독 큰 타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기본 티셔츠나 청바지처럼 차별화되지 않은 상품을 판매한다. 경제 위기 동안 사모 펀드기업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큰 빚을 떠안았던 기업들도 이번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니먼 마커스 Neiman Marcus 가 대표적이다. 이런 기업들은 전자상거래 투자나 매장 개선은 차치하고, 이자를 갚는 것조차 힘들어하고 있다. 이렇듯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일부 소매업체들은 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월마트 Walmart , 홈 디포 Home Depot , 코스트코, T.J. 맥스 T.J. Maxx , 그리고 베스트 바이 Best Buy 가 그들이다. 이 기업들은 소비자와 함께 진화해 매장을 새로 단장하고, 동시에 전자상거래 플랫폼도 구축했다. 예컨대 월 마트는 온라인으로 주문을 한 후, 매장에서 상품을 찾아가면 할인을 해준다. ‘추가’쇼핑을 유도하는 것이다. 베스트 바이도 스마트 홈 에 대한 전문가 조언과 더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로 스스로를 탈바꿈하고 있다.
물론 상당수 대기업들은 암울한 미래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의류업체와 백화점 너머로 꽤 건실한 업계 상황도 볼 수 있다. 소매 업계의 재앙처럼 보였지만, 실제론 소비자들이 실제 쇼핑하는 곳 이나 방식의 변화에 따라 업계가 이동하는 것이었다. 컨설팅 기업 앨릭스 파트너스 Alix Partners 의 조엘 바인스 Joel Bines 대표는 이에 대해 “소매업계가 창조적 파괴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시기를 견딘 기업들은 전보다 더 탄탄해 질 것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BY PHIL WAHBA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