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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집단소송제 확대 도입

함영주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제2 가습기 살균제 참사' 막을 최선책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이어 최근 생리대 유해물질 문제가 터지면서 소비자 분야까지 집단소송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집단소송제는 일부 피해자가 가해 회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 다른 피해자들도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우리나라는 현재 소액주주 구제를 위해 증권 분야에만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연이은 소비자 피해 문제가 발생하면서 지난달 말 정부도 오는 2018년까지 소비자 분야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을 국정 세부과제로 정했다. 도입 찬성 측은 집단소송제가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는 것을 억제하는 최선의 방안이며 무분별한 소송에 따른 기업 도산은 기우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집단소송이 피해구제 효과는 작고 기업의 평판가치를 훼손하며 소송사회를 조장할 수도 있어 기존 공동소송제 등을 보완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우리나라는 30여년에 걸쳐 집단소송제, 즉 미국식 대표당사자소송제(class action) 도입을 위한 논의해왔다. 도입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이 제도가 대규모 피해 반복을 억제하고 소액다수의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지금까지 고안된 최선의 제도라는 견해를, 반대하는 측에서는 기업에 부담만 주는 제도라는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지난 2005년부터 시행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보면 대법원 홈페이지 공고 기준으로 소송허가 5건, 당사자들 간 화해가 이뤄져 분배절차까지 진행된 것이 단 1건으로 확인된다. 이 통계의 의미는 민사소송법상의 처분권주의에 따라 권리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소(訴) 제기가 가능함에도 소 제기 건수 자체가 1년에 채 1건도 되지 않으며 분배절차까지 진행돼 제도의 효용을 인정할 수 있는 사건은 단 1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제도의 현실이 이러함에도 집단소송제 적용범위 확대를 반대하는 측은 ‘남소(濫訴)’라는 허수아비를 내세워 여전히 논점을 흐리고 미국 등 외국의 정보까지 왜곡해 소개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집단소송제도의 적용범위를 확대해 제도 본래의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논거를 제시한다.



첫째, 집단소송제를 범위제한 없이 시행하면 소송사태가 일어나고 소를 제기당한 기업이 도산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집단소송제의 위력은 적용범위의 제한 여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징벌적 손해배상제, 배심제, 법관의 적극적인 집단피해 단절 의지 같은 시스템의 기반 조건이 갖춰질 경우에 한해 생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는 제한된 영역에서 3배 정도의 배액배상을 인정하는 데 그치고 일반 민사사건에서 배심제는 도입하지 않고 있으며 집단피해사건에 대한 법관의 적극적인 억제 의지도 크지 않다.

따라서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기업이 도산할 것이라는 주장은 민사소송제도 때문에 기업이 도산한다는 주장만큼이나 원인과 결과를 뒤바꾼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 도산은 소송제도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한계상황에 처한 기업 자체의 문제나 대내외 경제환경에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집단소송제도의 불법행위 억제 효과가 없다는 주장 역시 옳지 않다. 집단소송제의 적용범위를 계속 제한하자는 측은 미국에서도 불법행위에 대한 억제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렇게 주장하는 쪽은 해당 연구가 미국 내 기업이 후원하는 단체와 개인연구자들이 의도적으로 집단소송제 억제 효과가 실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을 외면하고 있다. 해당 연구는 집단소송제의 불법행위 억제 효과가 없다고 한 것이 아니라 억제 효과가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을 뿐이다.

동시에 집단소송제가 미국에서도 쇠퇴하는 제도이고 별 효과가 없는 제도라고 주장하는 측은 거꾸로 왜 일본과 프랑스 등 여러 국가의 기업들이 합심해 제도 도입을 저지하기 위한 실력행사를 수십 년째 행해왔는지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근래 스마트폰 배터리 발화에 대해 해당 기업이 스마트폰을 전량 회수하는 등 공격적인 선제조치를 취한 것도 집단소송제에서 기업들이 흔히 행하는 대처방안이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집단소송제가 전면 도입될 경우 불법행위 억제 효과로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미국식 대표당사자소송제는 대륙법계인 우리 법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옳지 않다. 미국에서도 대표당사자제도는 보통법의 제도와 구별되는 예외적 제도이기 때문이다. 대륙법계와 대비되는 영미법계 제도 가운데 예외적인 제도가 대륙법계 제도와 어울리느냐 하는 것은 법체계와는 무관한 문제라고 할 것이다. 예외의 예외는 같은 성격일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무엇보다 집단소송제도 적용범위 확대를 반대하는 측은 제시된 해결책에 반대만 하지 말고 페놀오염 소송, 고엽제 소송, 폭스바겐 소송, 식품 관련 소송, 가습기 소송 등에서 고의로 피해를 발생시킨 측이 다수 피해자들을 상대로 법대로 하자는 주장이 반복되는 현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했으면 한다. 대안 제시 없이 특정 제도 도입만은 안 된다는 주장은 현행 제도의 한계를 악용해 계속 반칙을 하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선정당사자(選定當事者)제도가 있다고 하나 다수 피해자들에게 개별 수권(授權)을 받아야 하므로 집단피해를 방지하는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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