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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집단소송제 확대 도입

김선정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공동소송 틈 메울 보완책으로 접근을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이어 최근 생리대 유해물질 문제가 터지면서 소비자 분야까지 집단소송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집단소송제는 일부 피해자가 가해 회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 다른 피해자들도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우리나라는 현재 소액주주 구제를 위해 증권 분야에만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연이은 소비자 피해 문제가 발생하면서 지난달 말 정부도 오는 2018년까지 소비자 분야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을 국정 세부과제로 정했다. 도입 찬성 측은 집단소송제가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는 것을 억제하는 최선의 방안이며 무분별한 소송에 따른 기업 도산은 기우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집단소송이 피해구제 효과는 작고 기업의 평판가치를 훼손하며 소송사회를 조장할 수도 있어 기존 공동소송제 등을 보완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수입차 배출가스 조작, 가습기 살균제, 유해물질 생리대 등 기업들의 민망한 행태가 공분을 사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 도입 여론이 거세다. 제조물책임법도 개정됐다. 집단소송제는 지난 2005년부터 시행돼왔으니 낯선 제도는 아니다. 이를 여러 분야에 확대하자는 입법안이 19대 국회에서 5건, 20대 국회에서 4건 발의됐다. 집단소송제는 대선 때마다 유력후보들의 한결같은 선거 공약이었다. 그런 만큼 법제화는 시간문제다. 중요한 것은 입법 여부가 아니라 잘된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첫째, 집단소송제는 현행 법체계와 동떨어진 제도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금도 같은 사건의 피해자가 다수일 때 공동소송제도나 선정당사자제도를 통해 배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각자가 받을 피해액이 소액일 때는 적합하지 않다. 현행 제도의 부족한 틈을 메울 보완적 기능을 염두에 두고 설계하면 된다. 4매스(대량 생산·전달 ·판매·소비) 시대에 모든 다툼이 집단소송으로 간다면 이것이 기업소송의 기본유형이 될 우려가 있다. 한편 조정이나 중재 등 법원에 가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선택지가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2013년 동양사태는 4만명이 넘는 피해자를 조정 방식으로 해결한 사례다.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선례로 삼을 수 있다. 집단소송이 분쟁 해결의 기본경로가 되면 피해자로서는 비용·시간·노력을 최소화하며 더 잘 다툴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 그 점에서 집단에 끼겠다고 적극적으로 신청한 사람뿐 아니라 ‘빼달라고 하지 않은 한’ 모든 피해자에게 판결의 효력이 당연히 미치는 이른바 옵트아웃(opt-out) 방식은 문제다. 아직 사용하지 않은 가습제 구입자처럼 피해의 잠재적 가능성만 갖고 배상받는 것은 근거가 없고 그 부담은 다른 소비자가 떠안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옵트인(opt-in) 방식을 기본으로 하면서 옵트아웃 방식을 제한적으로 병행하거나 전환선택권을 주는 방식도 고려해볼 일이다. 법제화에 앞서 우리 사회 전체의 분쟁해결 구조와 문화를 조감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기업의 잘못된 행동을 억제할 다양한 수단을 모두 살피고 억제와 보상을 적절하게 조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개별피해자에 대한 금전적 배상은 사후적 조치이며 불완전한 원상회복일 뿐이다. 그를 넘어 행정부나 소비자단체의 이익박탈청구권, 부권소송으로 불리는 국가후견소송제도 같은 극약도 있다. 다른 나라에 뭐가 있더라 식의 즉흥적 판단은 법질서의 난개발을 초래한다. 효율성은 떨어지고 법 간의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집단소송을 허용하면서 현행 과징금제도는 그냥 가져갈 것인지도 고민이다. 집단소송이라는 절차로 실체법상 권리 실현을 증진하고 민사법은 형사법이나 행정법과 보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셋째, 집단소송제도는 기업으로서도 일거에 많은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기업의 우려를 불식하고 우리 사회 전체의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을 냉정한 제도설계가 필요하다. 특별법을 만들어 전면 시행할지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처럼 필요성이 큰 분야에 한해 도입할지도 고민할 일이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의 활용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12년간 다퉈진 내용을 보면 건수를 갖고 시비할 일은 아니다. 또 모든 거래 분야에 전면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되지 못한다. 집단소송을 누가, 누구를 위해, 어떤 때, 어떻게 수행할지는 제도의 남용을 막을 주요한 요소들이다. 특히 소송을 이끌 주체에 따라서는 알찬 피해구제보다 기업의 평판가치를 훼손하고 소송주체의 몸값을 올리는 왜곡행위가 일어날 수 있고 소송사회를 조장할 수도 있다. 집단소송제도는 여러 나라에서 실시된 만큼 좋은 입법자료들이 있어 다행이다. 일본은 고민 끝에 미국식 대표당사자소송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브라질을 눈여겨봤고 이를 반영한 ‘소비자의 재산적 피해의 집단적 회복을 위한 민사절차의 특례에 관한 법률’은 3년의 주지 기간을 거쳐 지난해 시행됐다. 성공 여부를 말하기는 이르지만 최적의 모형을 찾아 나서는 노력이 돋보인다.

우리 사회의 여러 정황상 집단소송제도 도입은 명분이 있다. 그러나 동기가 기대한 만큼의 효과로 연결되지 않는 입법과오도 흔하다. 집단소송제도가 현행 공동소송제도와 선정당사자제도의 부족함을 메꾸는 보완책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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